安 “보수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 적출
국민과 호흡하는 정상 정당 만들 것
8월 예정된 전대 출마는 생각 안 해”
‘대선 백서’ TF·매주 정례회의 추진
혁신위원 인선 ‘계파 중립’ 원칙 강조
“용두사미 돼선 안돼” 당내 실천 촉구
국민의힘 쇄신 작업을 지휘할 당 혁신위원장에 4선 안철수 의원이 2일 내정됐다. 안 의원은 이날 “제가 메스를 들고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갈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수행할 혁신위원장으로 안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서 의사, 대학교수, IT(정보기술) 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두루 경험하신 분으로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께서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혁신안을 마련해 새로운 당 지도부와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며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 의원은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며 “앞으로 의심과 회의, 저항과 힐난이 빗발칠 수 있지만 각오하고 있다. 저는 충분히 단련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스 잡은 安, ‘대선 백서’부터 추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바로 송 비대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혁신위 인선 등을 논의했다.
안 의원이 진두지휘할 혁신위는 가장 먼저 ‘대선 백서’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전망이다. 안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백서팀은 따로 TF를 꾸리고, 혁신위에서는 계속 혁신안을 발표해 비대위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혁신위는 매주 최소 1회 정례회의를 갖고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위원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을 공략할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 인선’ 관련 질문에 “중수청을 포괄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답했고, “저는 친한(친한동훈), 친윤(친윤석열)계를 가리지 않는다”는 ‘계파 중립’ 원칙도 강조했다.
혁신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 내외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이 (제가 제안한 인선에 대해) ‘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7∼9명 규모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원내 인사와 원외 당협위원장, 외부인사를 각각 3분의 1씩 배정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혁신위 인사는 이르면 이번주 공개된다.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8월 중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는 불투명해졌다. 혁신위가 최소한 두 달은 운영돼야 하는 상황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안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가 8월 중순에 마친다면 (혁신위가) 신임 당대표 (임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서 전당대회 (출마)는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내 개혁파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혁신위 출범이 공식화한 가운데 당내 개혁파는 “말뿐인 혁신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전임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이 당내 구주류의 반발에 밀려 좌초되면서 새 혁신위를 향해서도 기대감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내는 기류다.
재선 권영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말로만 요란하게 혁신을 떠들다가 정작 실천은 없는 ‘용두사미 혁신위’가 돼서는 안 된다”며 “과제만 나열하는 ‘페이퍼 혁신위’가 아니라 혁신의 과제를 하나하나 실천하는 ‘행동하는 혁신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당 개혁 방향을 두고 마찰을 빚었던 송 비대위원장도 취임사에서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당의 변화를 보여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당의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절박하고도 유일한 길이다. 당에 남아 있는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모두 벗어던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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