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국가는 이론상 국가의 전제권력을 배제하며 중앙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고 각 지역으로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 요체입니다. 지방자치제는 지난 30년간 지역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지방의 특성을 살려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장치로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현실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정당공천체에 기인한 정치화 가능성이 염려됩니다. 정당공천제는 인물 검증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으나 지역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인사가 단체장이나 지역민을 대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정치로부터 자치를 이루지 못하고 정치에 종속되는 형태로 발전, 생활 자치를 지켜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지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간 대립형 구조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큽니다. 전국적으로 여소야대 현상으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 단체장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을 빚는 자치단체가 30곳에 달할 정도입니다. 집행기관과 지방의회가 정파를 달리할 경우 극단적인 대립이 나타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저 선의의 대화와 타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지방자치는 질적으로 충실해져야 합니다. 지방마저 대립형 구조를 심화시키는 정당공천제가 타당한 것인지 재고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방자치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지방세 비율 확대, 중앙 사무의 과감한 지방이양도 필수적입니다.
지방정부는 지난 30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췄습니다. 주민 중심의 행정, 지역 맞춤형 정책, 자율과 책임의 조화라는 지방자치의 근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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