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산하 정책위원회인 C4(Committee 4) 회의가 지난달 10∼12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콘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됐다. C4 위원회는 불공정거래 조사와 국가 간 감독 당국의 정보 공유 강화를 주요 의제로 삼는 IOSCO의 핵심 정책기구 중 하나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를 포함한 23개국 27개 자본시장 감독기관과 IOSCO 사무국의 관계자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참여했다. 두 기관은 2019년 IOSCO의 강화된 다자간 양해각서(EM MOU)에 가입한 뒤 해외 감독 당국과 불공정거래에 관한 정보교환을 지속해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10일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접근성도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와 관련한 해외 감독 당국의 정보 요청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하며 “감독 당국 간 정보교환과 조사 공조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며, 실제로 국경을 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고 제재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이윤수 상임위원은 이 자리에서 “불공정거래는 시장 참여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앞으로도 각국의 감독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신뢰받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가졌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시장의 불공정성, 불투명성 해소가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단 한 번의 불공정행위에도 시장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유관기관의 조속한 제도 개선이 기대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7일 발표한 새 정부의 성장정책 해설서 격인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서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가 금융위와 금감원, 거래소에 분산되어 업무가 중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사, 심의 및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 통합 등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3일 금감원, 거래소 등과 함께 ‘유관기관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추고 시장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중동 사태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을 노린 불공정거래에 대한 면밀한 감시와 함께 적발 시 무관용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뜻을 같이하였다.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 실제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의 문제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불공정거래 조사 건수는 모두 154건으로 집계돼 전년(119건)보다 30%가량 늘었다. 2020년 94건, 2021년 80건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국제 공조와 단속 강화는 단순한 사후 제재를 넘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자금 유입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이는 우리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결국 건전한 성장은 ‘깨끗한 시장’이라는 단단한 토양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금 새겨야 한다.
시장 참여자인 투자자도 건강한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주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공개 정보를 활용하거나 시세를 조작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아울러 투자자는 국내외의 법규와 기업의 실적, 사업 실체를 꼼꼼히 확인하고, 미등록 투자자문업자나 인가받지 않은 플랫폼 이용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하정안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jeon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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