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외쳤지만 “도로 친윤당” 비판도
차기 당권 경쟁 불붙나…보수 재건 과제는
국민의힘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새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당 쇄신 등 내부 정비를 본격화한다. 다만, 새 비대위의 주도권을 ‘친윤(친윤석열)계’가 쥐게 되면서 당 혁신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계파 간 당권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송언석 원내대표를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과 비대위원 임명안을 처리했다.
이번 비대위는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관리형 비대위’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 일정과 경선 규칙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새 비대위 성격에 대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결정될 때까지의 한시적 의사결정 기구”라고 규정하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실패했던 여당으로서의 역사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에 尹 ‘반탄’ 인사…“개혁 물 건너갔다” 지적도
송 원내대표의 쇄신 의지에도 불구하고, 비대위 구성원의 면면을 두고는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남 지역구에 친윤계 등 구(舊)주류의 지원을 받은 송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인사들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실상 ‘반탄(탄핵 반대)’ 인사로 분류된다.
박덕흠 의원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조은희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지난 1월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모인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다.
김대식 의원은 대선 패배 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사건 당무감사’ 등 이른바 ‘5대 개혁안’ 논의에 반대하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당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도 이번 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혁신위 원내 기구화를 주장해 온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이끌게 되면서 혁신위를 당 차원의 조직으로 설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제대로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혁신위에 대해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라며 “혁신위를 만들기 이전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5개의 혁신안을 다 동의할 수 없다면 일정 부분을 조율해 가면서 혁신안을 통과시켰어도 됐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 역시 KBS 라디오에서 “한 달 반에서 길어야 두 달짜리인 관리형 비대위에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혁신을 띄운다는 건 어폐가 있다”며 “혁신위를 꾸리더라도 사람을 제대로 채워 넣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 불붙나…‘송언석號’ 보수 재건 과제는
새 비대위 출범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 전략을 구상할 당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차기 당권 주자로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없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 속에서도 당 안팎 인사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대선 이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당원, 지지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주도로 당원 가입 운동도 이어지면서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와 한 전 대표 간 ‘리턴 매치’가 재현되면 구주류와 친한계의 대립 구도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아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철회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반환 등을 주장하며 지난달 27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18일부터 대구와 부산, 인천 등을 직접 찾아 지역민과 소통하는 ‘민심 투어’를 진행 중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주도하는 백서부터 추진해야 한다”며 당 개혁 필요성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수 재건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분당(分黨)’ 가능성을 포함해 보수 진영 전체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당내 기득권과 개혁 세력 간의 조화를 이뤄내고 중도 확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송 원내대표가 마주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원내대표와 비대위의 과제는 선거 패배, 계엄 논란 등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친윤계의 행보에 대한 내부 성찰이 우선”이라며 “이런 반성 없이는 국민의힘의 재건이 요원할뿐더러, 분당이나 TK 지역 정당으로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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