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조엔 들여 ‘국립조선소’ 설립 검토
1위 이마바리조선, 2위 JMU 인수 추진
경쟁력 강화 나서… 편입 땐 세계 4위로
HD현대重·한화오션 ‘팀 코리아’ 구성
美조선사 인수·특수선 공략 등 대응 마련
‘캐시카우’ 눈독… 중형업체도 진출 채비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설 태세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미 MRO 시장은 업계에겐 블루오션이자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 조선업을 한·중·일 3개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2파전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조선업계는 벌써 원팀 구성과 특수 선박 공략 등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나섰다. 일본 조선업계도 몸집 키우기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1조엔(약 9조4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국가가 직접 조선소를 짓고 민간 기업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국립 조선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이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인수를 추진 중이다. JMU 지분을 60%까지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으로, 인수가 완료되면 이마바리조선은 일본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건조량(500만CGT)도 현재 6위에서 한화오션(370만CGT)을 넘는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합병은 미 MRO 사업을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마바리조선은 상선 위주로 건조하는 반면, JMU는 쇄빙선·군함 등 전략 선박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군함 부분에선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었지만, 일본 1·2위 조선사가 통합되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국내 조선사에게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본에 맞서 한국은 조선사들 간 ‘원팀’ 구성과 미국 조선소 인수 및 업무 협력, 특수선 분야 공략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함정 수출의 국내 최대 라이벌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방위사업청과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글로벌 함정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별개로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거나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상선 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현지 조선사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조선 및 방위산업체인 오스탈의 지분을 인수했다.

상륙함, 고속정 등 방산 특수선 건조 능력을 보유한 중형 조선사 HJ중공업도 미국의 상륙지원정, 소해정(기뢰를 찾아 제거하는 배) 등 중소형 노후 함정 MRO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미국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설비와 역량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HSG성동조선, 대선조선 등도 미국 군함 MRO 사업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및 군함의 MRO는 중고차 판매 전 정비작업과 유사하다. 운용 기간이 수십 년에 달하는 선박은 주기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소요 기간은 평균 5∼6개월이지만 잠수함은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여러 개의 독(건조공간)을 보유한 대형 조선사들이 MRO 수주에 유리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군함 MRO 사업은 수십조원에 이르는 규모, 조선업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사로서는 눈독을 들이는 사업”이라며 “대형 조선사와 중형 조선사가 협력해서 사업을 수주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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