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이 대화 복원의 방향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전공의 단체의 새 지도부가 “정책에 대해 비판만 하기 보다 의료인으로서 도울 수 있는 걸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정정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변인은 1일 통화에서 “여전히 전공의들이 요구만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게 아쉽다”며 “우리도 의료 개혁에 도울 부분이 있다. 정책에 대해 비판만 하기 보다 의료인으로서 돕겠다. 이게 결국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부대표였던 정 대변인은 최근 대전협이 새 지도부를 꾸리며 대변인을 맡게 됐다. 대전협은 28일 서울시의사회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을 공식화하면서 “정부·국회와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는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인했다. 1년 5개월간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박단 전 비대위원장은 리더십 부족 논란 속에 24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지도부는 직전 지도부 중 2명가량만 남고, 모두 교체됐다.
대전협은 단위별 수련 현황, 입대 현황 등 전체 회원들의 의견 수렴 창구를 준비 중이다. 현재 관련 설문조사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사에는 현장 복귀를 위한 조건 우선순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박단 전 비대위원장이 앞장섰던 지도부는 ‘강경파’, 현 지도부는 대화 의지를 밝히며 ‘온건파’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 대변인은 “소통 문제 지적으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해준 역할도 많다”며 “강경∙온건으로 따지는 건 애매하다. 직전 비대위는 기존 요구안을 고수하면서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모습으로 보였다. 우리는 국민과 나은 의료 체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대화에 나서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요구만 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최근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밝히는 등 수련 현장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새 비대위도 원하는 건 수련 환경 개선 등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정 대변인은 “의료 대란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여전히 해결된 게 아니다. 사직 전공의들이 ‘전문가로서 갈고 닦으며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합의를 통해 이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주변 전공의들의 말을 들었을 때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는 의료정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크다”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백지화하자는 게 아니라 어떤 내용과 방식이 좋을지 재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출신’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 후보자도 의∙정 갈등은 ‘불신’에서 초래됐다면서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의료계와의 신뢰,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그간 의료 체계에 산적한 문제가 많아 의료 개혁 이야기가 계속 나왔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부분은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이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는 과격하고, 일방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 반발이 생겼다. (정 후보자의) 말씀처럼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정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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