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데이터 다루는 기관, 검산 로직·확인 시스템 마련했어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추가적인 책임 문제도 거론되는 상황
재발 방지 위한 시스템 개선, 고객 신뢰회복 대책 뒤따라야
노르웨이 국영 복권회사가 수천명의 고객에게 수억원의 당첨금을 잘못 통지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노르웨이 국영 복권업체 ‘노르스크 티핑(Norsk Tipping)’은 최근 유로잭팟 추첨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계산 착오로 수천 명에게 잘못된 당첨금을 안내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수천명의 고객에게 잘못된 상금이 통지됐다”고 공식 인정했다.
문제가 된 당첨 금액은 회사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그대로 표시됐다가 뒤늦게 삭제됐다. 잘못된 금액이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고객들은 잠시나마 당첨 사실에 들떠 희망에 부풀었다가 큰 실망을 맛봐야 했다.
◆“1억 넘게 당첨된 줄 알았는데”…환산 실수로 밝혀져
집을 수리하던 한 부부는 120만 크로네(약 1억6200만원)에 당첨된 줄 알고 환호했다. 일부 고객들은 자동차 구입이나 해외여행 계획까지 세우며 들떴다. 착오 사실이 곧 밝혀지면서 기쁨은 좌절로 바뀌었다. 190만 크로네(약 2억5700만원) 당첨 통보를 받았던 리세 나우스트달 씨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행복했던 1분이었다”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이번 사고는 상금을 유로에서 노르웨이 크로네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금액을 100으로 나눠야 했는데 실수로 100을 곱했다”고 해명했다.
사건은 곧 규제 당국과 문화부, 고객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결국 회사는 사고 다음 날 노르웨이 문화부와 긴급회의를 열어 사건 경위를 설명해야 했다.
책임론이 커지면서 토녜 사그스튠 CEO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맡아온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발생한 실수에 대해 관리자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회사를 떠나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직원의 실수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단순한 계산 착오처럼 보이지만 명백한 시스템 검증 절차의 실패”라며 “금융 데이터를 다루는 공공기관이라면 자동화된 검산 로직이나 이중 확인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런 실수는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시스템 검증 실패가 본질”
이어 “단 몇 분간의 ‘당첨된 줄 알았던 경험’도 큰 감정적 충격을 준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좌절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이번 해프닝은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엔 고객들의 심리적 피해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추가적인 책임 문제도 제기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실제로 금액이 지급되진 않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선 ‘기대 이익’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며 “고의성이 없더라도 유사한 실수가 반복된다면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까지 논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계산 실수에서 그치지 않고, 공기업의 리스크 관리 부실과 대응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CEO의 사임이 책임 경영의 단면이라면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시스템 개선과 고객 신뢰 회복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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