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을 못 잤던 경험이 있다”(중학생 황준우(13)군)
“반 친구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에너지 음료나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등학생 이지왕(19)군)
성장기 학생들이 커피와 에너지음료를 습관적으로 섭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가슴 두근거림과 식은땀, 두통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성장기 학생들이 카페인을 찾는 이유는 뭘까.
중학생 최은서(16) 양은 “시험 기간이면 하루에 커피 1∼2잔을 기본적으로 마신다” 며 “마시면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다들 마시니까 별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40대 학부모 이모 씨는 “중3 딸 아이가 기말고사 기간에 바닐라라테를 계속 사먹어서 안된다고 했는데도 '졸려서 어쩔수 없다'고 한다”며 “이미 카페인 맛에 길들여진 것 같은데 어떻게 끊게 해야 할지 너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이 해마다 증가해 심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1∼고3 5만46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23.5%가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 3.3%, 2017년 8%, 2019년 12.2%에서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2022년 이전에는 커피·커피음료를 제외한 에너지 음료 섭취 실태만 조사된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의 고카페인 섭취율 증가세가 가파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커피에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 있고, 아이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만큼 실제 카페인 섭취 실태보다 저평가 될 수 있어 조사 범위를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가형 카페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청소년 하루 카페인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A 커피 브랜드 대용량 커피 한잔(946㎖)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유량은 290.8㎎이다. 청소년 하루 카페인 권장량(몸무게 60㎏ 청소년 기준 150㎎)을 훨씬 웃돈다.
커피우유도 얕봐선 안 된다.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500㎖ 용량의 커피우유에는 240㎎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최근에는 커피 대신 '과라나'라는 열대과일이 함유된 다양한 카페인 가공식품도 가세했다.
과라나는 브라질, 파라과이의 아마존 밀림 지대 등에서 자라는 열매로 씨앗에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다. 과라나가 함유된 고카페인 젤리, 캔디, 츄잉검 등은 '수험생용', '졸음을 깨워주는', '집중력 향상' 등 수식어가 붙은 채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젤리 제품의 카페인 함량은 개당 75㎎∼100㎎이다.

강재헌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젤리와 같은 가공식품으로 카페인을 먹게 되면 섭취량을 계산하기 어렵고, 보다 많이 먹게 되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우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일일 카페인 섭취량을 계산하고 조절하여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카페인 과다 섭취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체식품에만 적용돼온 고카페인 주의 표시 의무를 내년부터 과라나가 함유된 고체 식품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현재 학교 내 매점에서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전국 주요 편의점과 스터디카페 결제화면·키오스크에 홍보 포스터를 송출하는 등 청소년들의 카페인 섭취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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