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 응시생 5명 중 1명이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월 모의평가 결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등급 기준 충족 여부를 점쳐야 하는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3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6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그 해의 첫 모의평가여서 수험생들에게는 의미가 크다. 이번 모의평가에는 재학생 34만6437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7만5186명 등 42만1623명이 응시했다.

이번 시험의 특징은 영어 1등급 비율이 크게 치솟았다는 것이다.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19.10%(8만392명)를 기록했다. 이는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수능은 물론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교육 당국이 보는 영어 적정 1등급 비율은 7% 내외로, 2018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수능 1등급 비율은 4.71%∼12.66% 사이를 오갔다. 이번에는 영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모의평가 영어는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많이 쉬운 시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어 2등급까지의 누적 비율은 35.53%, 3등급 누적 비율은 53.62%였다. 응시생의 절반 이상이 1∼3등급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1등급 6.22%, 2등급 누적 22.57%, 3등급 누적 43.94%였다.
이는 교육 당국은 물론 입시업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6월 모의평가 당일 입시업체 대부분 영어는 작년 수능(1등급 6.22%)보다 쉽게 나왔다고 평가했지만, 작년 9월 모의평가(1등급 10.94%)보다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1등급 비율은 9%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입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작년 수능보다 평이하다고 봤지만 19%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6월 모의평가의 영어 1등급 비율이 1.47%에 그쳐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예상보다 난도가 많이 내려가면서 또다시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월 모의평가 결과를 참고해 수시 지원을 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9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수시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6월 모의평가 결과가 수시 지원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영어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영향이 적지 않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등급이 이렇게 높게 나오면 수험생들은 수능에서의 등급 예측이 안 된다”며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사라진 셈이라 수험생들은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도 “영어가 지나치게 쉬워져 수험생 학습전략, 수능 점수 예측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난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교육에 충실한 학생이 충분히 풀 수 있는 교육과정 중심의 출제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으나 1등급 비율은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성취수준 등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1등급 비율 편차가 수험생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을 적절히 변별해내면서도 안정적인 출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6월 모의평가 개인별 성적표는 7월1일 접수한 곳(재학 중인 학교, 시험 지구 교육청, 출신 학교 등)을 통해 수험생에게 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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