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 탓 韓내서 평가절하”
8월 韓 찾아 정부·기업과 회의
“李,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인상적”
“재생에너지 확대 땐 경제 이득”
‘전력직거래’ PPA 제도 등 제안
“한국엔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100%)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에너지 부문 이사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클라이밋그룹 사무실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관건은 결국 정치적 의지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RE100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클라이밋그룹은 오는 8월 한국을 찾아 정부·기업 관계자를 만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한을 한 달여 앞두고 한국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대해 평가하면서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100 캠페인은 기업들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뜻으로 시작돼 애플, 구글 등 다국적 기업 440곳 이상이 참여 중이다. 여기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 주요 기업은 협력사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터라 한국기업 또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클라이밋그룹이 최근 공개한 ‘2024 RE100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재생에너지 조달률이 98%, 인텔 97% 등인 데 비해 한국기업인 삼성전자는 31%, SK하이닉스 30%, 현대차 13% 등에 그쳤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이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도록 그 발전량을 대폭 늘릴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회 연설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 RE100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100% 조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올리 윌슨 클라이밋그룹 RE100 총괄은 이와 관련해 “한국이 가진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영국보다 크다. 한국 내에서 평가절하당하고 있다”며 “당부드리고 싶은 건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평가절하하는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이 2020년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지리적·기술적 요인을 반영한 ‘기술적 잠재량’ 기준으로 태양광의 연간 발전환산량이 3117TWh(테라와트시), 풍력(육상·해상 포함)은 1957TWh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 연간 발전량(595TWh)의 각각 5배, 3배 이상이 되는 양이다.
윌슨 총괄은 클라이밋그룹이 정치적 성격을 갖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RE100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요성을 그만큼 크게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RE100 캠페인은 각국 정부에도 이득이다. 제대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 그 가격 또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업이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다. 재생에너지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기업 유치, 투자 등 다양하기 때문에 정치 부문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키민스 이사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데 (정치적) 감정을 배제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이건 기술의 문제, 돈의 문제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설치할 수 있고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한다.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예측가능성 또한 갖는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는 화석연료보다 이런 점에서 안정적”이라고 했다.
클라이밋그룹은 이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에 대해서도 인상적이란 평을 내놨다.
윌슨 총괄은 “에너지 고속도로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전력망을 늘려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우선 전력계통을 연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키민스 이사도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는 데 전력망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영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갖춰진 뒤에도 전력계통 연계를 기다리느라 5∼10년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신규 용량을 늘리면서 전력망에도 같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이밋그룹은 최근 이 대통령에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 등 정책 과제를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오는 8월에는 한국에서 정부·기업 관계자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 예정이다. 특히 이 자리에선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단 방침이다. PPA 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전력 소비자인 기업이 일정 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직접 거래하는 계약 형태다.
윌슨 총괄은 “한국에서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1% 수준에 그친다. 한국 RE100 기업에 물어보니 PPA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가 망 이용료·기타 부대비용 측정 방법 투명성 문제, 가이드라인 부재 등이 있었다”며 “PPA를 주제로 한국에서 정부·기업의 의견을 나눠 개선 방안을 논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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