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99.5% 자선 목적으로 쓸 것”

은퇴를 앞둔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4·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약 60억달러(약 8조원) 가치에 달하는 주식을 기부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이날 자신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1236만주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게이츠 재단과 자신의 가족과 연관된 재단 등에 기부했다. 게이츠 재단에 4분의 3에 달하는 943만주를, 사별한 첫 부인인 수전 톰프슨 버핏의 이름을 딴 재단에 94만주를 기부했다. 이어 자녀들인 하워드·수지·피터가 각각 이끄는 3개 재단에는 66만주씩을 내놨다.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은 모성 건강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세 자녀가 이끄는 재단은 인신매매 근절과 분쟁 종식, 유아교육, 여성과 원주민공동체 등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투자·보험 지주회사로 시가총액이 1조500억달러(1443조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이다. 이번 기부 이후에도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의 13.8%를 보유 중이다.
이번 기부 규모는 버핏 회장이 2006년부터 재산을 기부해 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액수의 연간 기부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버핏 회장은 지난해에도 6월 53억달러, 11월에 11억400만달러 등을 가족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이로써 그의 누적 기부액은 총 600억달러(82조원)를 넘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핏 회장의 순자산은 1520억달러(207조원)가량으로 포브스 집계 기준 세계 5위 부자였지만, 이번 기부로 6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주 긴 투자 시간, 단순하고 건전한 결정, 미국 경제의 순풍과 복리의 힘이 현재의 부를 만든 것”이라며 “전체 재산의 약 99.5%는 자선 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초 깜짝 은퇴를 발표해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이 60년간 지켜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년 1월1일자로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물려주고 경영과 투자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회장 직함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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