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으로 숨진 軍지휘관·核과학자 등
대규모 공개 장례식 치르며 결속 도모
반체제 인사 등 표적 단속·처형 잇따라
정권 무능 비판 목소리 잠재우기 분석
中 최신예 전투기 400대 구매 추진도
이스라엘·미국과의 무력 충돌을 휴전을 통해 마무리 지은 이란이 내부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돌 과정에서 미국 등을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 등이 제기되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기존 체제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빠르게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테헤란에서 최근 이스라엘 공습에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거행했다. 지난 13일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군사지휘자 30여명과 핵과학자 11명을 포함한 60여 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등 희생된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들의 관은 테헤란 혁명 광장에서 열린 장례식 이후 트럭에 실려 아자디 광장으로 이동했다. 조문객 수천 명이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 호전적 구호를 외쳤다.

지난 24일 이스라엘과 휴전 이후 처음으로 거행된 이날 공개장례식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도 참석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휴전 나흘 만에 발 빠르게 대규모 공개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며 내부 결속을 도모한 것이다.
이란 정부는 무력 충돌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은 인물과 세력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도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전 이후 이란 정부가 표적 단속과 처형, 간첩 몰이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당국은 테헤란 전역에 검문소를 세우고 이스라엘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으며, 야당 인사나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한 표적 단속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주민들에게 이웃이 간첩인지 아닌지 감시하라는 지시도 내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 경찰과 정보당국이 체포한 시민이 수백명에 달하는 가운데 휴전 이후 간첩 혐의 등으로 처형된 사례도 6명에 이른다.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의해 자국 비밀 정보가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이후 한층 커진 이란 정부의 위기감이 이 같은 내부 단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면서 무능함을 드러냈던 이란 정권이 비판 목소리를 빠르게 잠재우기 위해 숙청에 나섰다는 평가가 더 힘을 얻고 있다. 내부 단속을 위한 반대자 숙청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인권활동가 등은 현시기를 인권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고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전하기도 했다. 이란의 신정체제 정부는 46년간의 통치기간 동안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대적인 반대세력 숙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란 정권의 ‘약함’이 드러나고, 심지어 미국 등에 의해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된 터라 이란 정권은 현시기가 최고 위기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체포와 사형 등 반대 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향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란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에 거주하는 주민 모하메드 레자는 NYT에 “그들은 정권을 조롱하거나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품는 사람이 없도록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란 정권의 주요 두려움은 사람들이 정권을 약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정권이 힘을 잃었다고 국민들이 판단하게 되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최대 400대에 달하는 최신예 J-10C 전투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홍콩 성도일보가 28일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중국과의 J-10C 대량 구매 협상을 최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력충돌 과정에서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자국 공군력의 보완에 급하게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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