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 공연기획자인 전유성은 18살인 1967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탤런트를 꿈꿨으나 키가 크다는 이유로 매번 시험에서 낙방을 맛봤다.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는 168cm로 전유성은 이보다 큰 178cm였다. 전유성은 1968년 TBC 동양방송 특채 코미디 작가로 일하다가 1년 후인 1969년 MBC 특채 방송 작가로 정식 데뷔한 뒤 코미디언의 길을 걸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처음부터 코미디언으로 방송계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위에 언급한 과정을 거쳐 개그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편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전유성은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개그맨들 사이에서 ‘아이디어가 막히면 전유성을 찾아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1980년대 KBS 개그의 전성기와 1990년대 개그콘서트를 기획해 공개 코미디 붐을 일으키기까지 그가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전유성은 대한민국 최초로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코미디언’이라는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말을 놔두고 ‘개그맨’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을 쓴다고 선배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고 한다.
전유성은 선구적인 아이디어들을 많이 창안해냈는데 대표적인 예로 심야 볼링장과 심야 극장이 있다. 그의 저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를 보면 ‘신선한 공기 캔에 담아 팔기’, ‘읽던 책 산골 아이들에게 기증하기’, ‘가로수 분양’, ‘요리 시설 및 재료를 제공하는 가게’, ‘맥주 주유소’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현실화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지은 카페 이름이나 책 제목을 보면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닌 듯하다. 이를테면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이름이 ‘제비’인데, 그 이유가 딸이 생긴 곳이 ‘제비 여관’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저서로는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시리즈와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등이 있다. 이렇듯 대중들 사이에서 그는 TV에 출연하는 개그맨의 이미지보다 다른 업적으로 더 유명하다.

2009년부터는 경상북도 청도군에 ‘니가 쏘다쩨’라는 카페를 운영하다 카페를 처남에게 넘긴 뒤 2011년부터는 ‘코미디 철가방 극장’을 운영했다. 2020년에는 몰타공화국으로 영어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무산됐다. 2022년 8월부터 전라북도 남원에서 ‘국수 교과서’라는 국수 가게를 운영하다 2023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폐업했다.
그러던 2024년 11월 코미디언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출연해 근황을 알렸는데 2024년 한 해에만 급성 폐렴, 부정맥, 코로나에 걸려 세 차례나 입원을 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연말에 우수 환자로 뽑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 사람이 이렇게 종류별로 병원에 가기 힘들다. 1년에 3개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같은 해 김영청의 유튜브 채널 ‘김영철 오리지널’에 출연해서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식욕이 떨어져서 거의 먹지 않는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이전과는 확연히 야윈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다. 이에 후배 박미선, 이성미, 가수 양희은 등이 건강을 걱정하며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유성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 박나래 편에 깜짝 출연한 그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17일 조혜련의 SNS를 통해 또 한 번 근황이 전해졌다. 조혜련은 “코미디언들 책을 남산도서관에 기증하게 됐다”라며 “전유성 오빠가 아이디어를 냈고 이홍렬 오빠가 추진하고 만들었다. 우리가 쓴 책 106권이 전시됐다”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조혜련은 전유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오빠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오빠,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라고 남겼다.
한편 전유성의 근황이 전해지며 전부인 진미령과의 사이도 재조명됐다. 전유성은 가수 진미령과 9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1993년에 결혼, 17년 만인 2011년에 이혼했다.
두 사람은 사실혼 관계였으며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진미령은 2021년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전유성은 재혼이고 나는 초혼이었다. 전유성의 호적에 내가 두 번째 부인으로 기록이 남는 게 너무 싫었다. 아이도 낳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깜짝 고백했다.

그러면서 진미령은 “10년 동안 참아왔던 게 표출된 계기가 있었다”라며 “둘이서 냉면을 먹으러 단골집에 갔는데 전유성이 먼저 다 먹고는 혼자 자리를 떴다. 냉면을 먹는 이 짧은 순간도 못 기다려주는데 어떻게 결혼생활을 이어가겠나 싶었다. 전유성이 좋은 사람인 건 맞지만 남편으로선 마이너스였다.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라며 파경 사유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훗날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정유성은 “내가 단란한 가정을 갖기에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돈벌이도 못하고 가정적이지도 못해서 많이 부족했다”라며 진미령에게 미안함을 전하면서 이혼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전유성은 또한 “억대 사기가 결정적이었다. 6학년 딸의 과외 선생님을 무척이나 믿었는데 그 사람이 사기를 칠 줄은 몰랐다. 진미령 씨가 말렸는데도 내가 오히려 그 사람 편을 들면서 아내 돈까지 물리게 됐다. 그 돈은 내가 다 물어줬지만 그게 헤어지게 된 궁극적인 원인이었다”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1976년 가수로 데뷔한 진미령은 현재 김치 연구가이자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유성은 모든 활동은 접은 채 현재는 건강을 위해 지리산에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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