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완화 전략’ 가장 선호…이별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도덕적 책임감 유지
전문가들 “이별, 단순한 감정적 문제 아닌 전략적 의사 결정이란 것 보여준다”
사람이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끝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소한 오해에서부터 가치관의 충돌, 신뢰의 상실,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일까지, 관계를 종료하게 만드는 원인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때로는 분명한 사건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서서히 멀어지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그 끝맺음은 복잡하고 감정적으로 얽히기 마련이다.

1일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별 과정에서 아래 3가지 주요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를 최대한 부드럽게 마무리하려는 ‘충격 완화’ 전략,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며 일시적 분리를 제안하는 ‘잠시 쉬자’ 전략, 아무런 설명 없이 관계에서 사라지는 ‘대면 회피’ 전략이다.
키프로스 니코시아 대학교 연구진은 3가지 전략과 함께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45가지 구체적 이별 방법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첫 번째 연구에서는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성인 228명(여성 122명·남성 105명)이 불행한 연애나 친밀한 관계에서 어떻게 이별할지 상상해 작성한 내용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사람들이 관계를 끝낼 때 사용하는 45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추출했다.
이어 두 번째 연구에서는 성인 392명(여성 185명·남성 201명·기타 성별 및 비공개 6명)을 대상으로 이 45가지 방법을 실제 사용할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빅 파이브’ 성격 특성과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 성격 특성도 측정했다.
‘빅 파이브 검사’는 인간의 성격을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개방성, 신경증성(정서적 불안정성) 등 5가지 요소로 나누어 측정한다. 연구진은 45가지 이별 방법을 9개 전략으로 다시 묶은 뒤 이를 3가지 핵심 전략으로 통합했다(중복 선택 가능).
충격 완화 전략은 약 86%가 선호했다. 이별 이유를 솔직히 설명하고 책임을 일부 수용해 상대방의 상처를 최소화하려 한다. 잠시 쉬자 전략은 약 24%가 사용했으며, 일시적인 거리 두기로 서로의 감정을 재평가할 시간을 주는 방식이다. 대면 회피 전략은 약 16%로 가장 적게 선택됐으며, 아무런 설명 없이 점차 멀어지거나 갑자기 연락을 끊는 방식을 말한다.
연구를 이끈 메넬라오스 아포스톨로우 니코시아 대학교 진화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관계를 끝낼 때 대부분 이 세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사용한다”며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상대방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책임을 지며, 이별이 서로에게 더 낫다는 점을 설득하는 ‘충격 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다음은 일시적 분리를 통해 감정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잠시 쉬자 전략’”이라며 “가장 선호하지 않는 방식은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지는 ‘대면 회피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성격에 따라 선택하는 전략에는 차이가 있었다. 우호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냉담하거나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방식을 덜 사용했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이러한 회피적 전략을 더 자주 선택했다. 사이코패시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이별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관계를 끝내는 방식은 대체로 예측 가능했으며,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큰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간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이별 전략을 발전시켰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관계를 끝내는 방식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닌 성격과 사회적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며 “‘충격 완화 전략’이 가장 선호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이별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도덕적 책임감과 공감 능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키아벨리즘이나 사이코패시 같은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회피적이고 비책임적인 전략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결과는 성격이 관계의 마무리 방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뒷받침한다”며 “이별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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