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남북 연락채널 복원 시급”
조현 “李 실용외교 차분히 추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통일은 마차에 해당되고, 평화는 말이다. 마차가 앞에 가서는 말을 끌 수 없다”며 통일부 명칭 변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들려면 ‘북한은 미수복 영토’라는 의미가 담긴 ‘통일’ 개념을 부각하기보다는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 조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 출근해 기자들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자는 독일 통일의 기초를 닦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1969년 취임 즉시 통일부에 해당하는 ‘전독부(全獨部)’를 동·서독관계부로 표현할 수 있는 ‘내독부(內獨部)’로 개칭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진보진영에선 북한의 ‘통일 지우기’ 행보에 상응해 우리도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나 ‘남북교류협력부’ 등으로 바꿔야 대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정 후보자는 “남북 간의 갈등을 풀어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명을 받고 통일부로 왔다”며 “적대와 대결 상황을 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발적인 충돌을 막고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로서는 이것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종로 대우빌딩으로 출근하며 “북·미 대화를 이룩하도록 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이재명정부 외교통일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관 취임 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해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모든 것, 모든 곳에서, 동시에)와 같은 상황이니 지금 우선순위(priority)를 매긴다는 건 어렵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언급한 영화는 멀티버스(다중우주)의 사건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시급한 외교 현안이 너무 많아 중요도에 순서를 매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관세 협상,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현안에 대한 구상을 묻자 “이재명정부 정책 방향인 실용외교로 전략을 잘 짜서 차분하게, 현명하게, 조용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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