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뒷산 민둥산으로… 나무 뼈대만
산사태 방지 위해 옹벽 설치 불구
주민들 “사각지대 많아 무용지물
갑자기 폭우 땐 역부족” 하소연
경북도 “산사태 예방 응급 복구 진행”
피해권역 워낙 넓어… 위험 여전

지난 20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경북 북부지역 초대형 산불(3월22일)이 발생한 지 100일(6월30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곳을 찾았다. 노물항 일대는 지난 3월 경북 일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해가 처참했던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산사태 등 대형산불 2차 피해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김재현(64) 노물리 이장은 “우리 마을은 비만 오면 토사가 흘러내리는 곳인데 산불 이후 상태가 더 심해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며칠 전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빗물이 골을 만들어 흙과 돌이 아래로 흘러내렸다”며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또다시 피해를 입을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 이장과 함께 둘러본 노물리는 입구에서부터 마을회관까지 마을 곳곳에 화마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물리는 산림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형태의 마을인 동시에 민가 바로 뒤에 야산이 위치한 만큼 산사태 우려가 특히 커 보였다. 줄지어 자리한 민가 양옆을 따라 능선이 있었고, 능선 위 나무는 산불로 검게 변했거나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아래로는 산불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임시주택들이 보였다. 불에 타버린 주택이 철거된 터에는 녹색 잡초가 무성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변해 버린 산림 아래 밭에서 산사태 방지용 석재 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경북도와 영덕군이 산사태 방지를 위해 쌓아둔 옹벽도 곳곳에 보였다. 노물리 마을회관 뒤편에도 옹벽이 설치됐는데 주민들은 ‘땜질식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옹벽을 쌓았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산사태가 크게 나면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전에 토사가 민가를 덮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는 지난 4월 안동시 길안면 등 7개면, 의성군 단촌면 등 7개면, 청송군 청송읍 등 3개 읍·면, 영양군 석보면 등 2개면, 영덕군 영덕읍 등 3개 읍·면 등 총 132곳을 산사태 등 2차 피해 예방 응급복구 지점으로 지정했다. 현재 132곳을 대상으로 한 옹벽 설치와 위험목 제거작업 등은 마무리됐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권역에 안전조치를 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김 이장은 “이번 산불 피해 권역이 워낙 넓어 모든 곳에 산사태 방지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곳곳에 산사태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산불로 함께 피해를 본 안동시와 의성군, 영양군, 청송군 주민들도 산사태 걱정을 나타내긴 마찬가지다. 도는 이 때문에 12시간 예보제 시스템을 가동, 누적강우량 200㎜와 일 강우량 50㎜ 이상일 때 즉시 산불 피해지역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피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해당 시군과 민가 위주로 옹벽 건설 및 방수포 설치 등 응급조치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산사태 방지 사방댐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산사태 걱정 이외 노물리 주민들이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점차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가 마련해 준 임시주택에 입주해 그마나 다행”이라며 “전소된 주택복구지원금도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산불 이재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 및 안정적인 임시주택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7월1일부터 ‘이재민 안정지원 TF팀’을 신설·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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