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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 건너간 한국 건축물 관월당, 100년 만에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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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4 11:34:06 수정 : 2025-06-24 11: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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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되는 ‘관월당(観月堂)’이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 23일 관월당의 소장자인 일본 고덕원(高德院· 주지 사토 다카오)과 약정을 체결하여 고덕원이 보존·복원을 위해 해체하고 한국에 이송한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일본 소장자로부터 소유권을 양도받은 셈이다.

 

해체하기 전 관월당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일본인에게 건물이 넘어간 지 약 100년 만의 귀환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 건물 전체가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내 정원 산책로에서 찾은 경복궁 자선당(資善堂)의 유구 110t 분량이 1995년 국내로 반환된 바 있으나, 대부분은 기단과 주춧돌 등 석재였다.

 

‘관월당’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을 지닌 목조 건축물이다. 왕실 관련 건물로서 당초 서울 지역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야마이치 증권의 초대 사장인 스기노 기세이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월당’은 이후 일본 도쿄로 옮겨졌고, 1930년대에는 스기노 기세이가 가마쿠라시의 고덕원이라는 사찰에 기증하면서 고덕원 경내로 이전되어 해체 전까지 관음보살상을 봉안한 기도처로 활용됐다.

 

관월당의 국내 귀환은 소장자인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관월당이 유래한 한국에서의 보존이 적절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사찰 경내에 소재한 한국 문화유산에 큰 관심을 두고 한국 측에 꾸준히 연락해왔다. 이후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은 관월당 보존을 위해 고덕원과 함께 연구·조사, 단청 기록화 및 보존처리, 정밀실측을 해왔다.

 

23일 열린 ‘관월당’ 부재 양도하는 기증 협약식. (왼쪽부터)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국가유산청 제공

국내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축학적으로 관월당은 대군(大君)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하며, 기와의 경우 용문(龍文), 거미문(蜘蛛文), 귀면문(鬼面文), 박쥐문(蝙蝠文) 등 다양한 형태의 암막새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용문의 경우 궁궐 또는 왕실과 관련된 건축적 요소를 보여준다. 단청에는 여러 층위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사용된 문양과 안료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 사이 다시 채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층위의 단청들 모두 구름 모양의 운보문(雲寶紋)이나 ‘卍’자와 같은 형상의 만자문(卍字文) 등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건물의 높은 위계를 보여주고 있다. 문양과 색채에서도 궁궐 단청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2010년 일한불교교류협회 측과 관월당 건물을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019년 고덕원 측과 건물 보존을 위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의 물꼬를 다시 텄고, 약 6년 만에 모든 부재를 양도받는 데 성공했다.

 

해체된 관월당 모습. 

이번 관월당의 귀환은 사토 다카오 주지의 진정성 있는 협조와 한국 측의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 이룬 성과이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해체와 운송 등 일본 내에서의 제반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는 등 협업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게 유산청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해체되어 국내 반입된 관월당 부재는 현재 파주에 있는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국내 전문 인력에 의한 수리 작업이 진행된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한국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다 분명히 규명하였고, 국가유산청의 요청을 받아 앞으로 최적의 보존을 위해서는 관월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해 기증을 선뜻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관월당의 귀환은 오랜 기간에 걸친 협의와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소장자의 진정성 있는 기증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이는 문화유산을 매개로 상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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