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정부 집값 재앙 연상
李 “세금으로 집값 안 잡아” 공언
공급확대·규제 완화로 흑역사 끊길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 2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다락같이 오른 강남 집값을 언급하며 참모진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사회적 암으로 보고 수요를 죽이는 대책을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됐고 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같은 반시장 규제도 대거 등장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집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7%, 전국은 34% 뛰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같은 길을 걸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결코 지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문 정부는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착각에 빠져 25차례에 걸쳐 세제·금융·규제를 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등 징벌적 과세는 강도를 더해갔고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핍박했다. 임기 내내 강남을 누르면 강북이, 강북을 누르면 수도권이 오르는 일이 반복됐다. 전국 집값이 들썩였다. 세입자 보호로 도입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은 외려 전세물량 급감과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며 서민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결국 문 정부도 노 정부처럼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빼곤 백약이 무효였다. 노태우정부는 200만호 주택 건설을 위해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에 나서 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분당은 뛰어난 교통여건과 주거환경을 갖추면서 서울 강남 집값을 10년 이상 꽁꽁 묶었다. 노무현정부도 뒤늦게 판교와 위례 등 2기 신도시 개발·건설 등 공급확대 쪽으로 돌아섰는데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이명박 집권기 서울 아파트값은 5억원(중위가격 기준)에서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박근혜정부 때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진보정권의 부동산 악몽이 다시 어른거린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곳곳에서 자고 나면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패닉바잉현상까지 감지된다. 문 정부 시절 ‘미친 집값’ 시절을 연상케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통계를 봐도 서울 집값은 이달 들어 첫째 주 0.19%, 둘째 주 0.26%에 이어 셋째 주 근 7년 만에 가장 큰 폭인 0.36%나 뛰었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불붙은 집값 급등세가 성동·강동·마포 등 한강 벨트를 넘어 강북권과 과천·분당 등 경기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집값 상승 요인은 공급부족, 금리 인하 등 시중 유동성 확대, 7월 대출규제강화 등 즐비한데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임기 내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며 4기 신도시 건설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도 했다. 부동산 투기를 죄악시하는 진보·좌파진영의 인식과는 결이 다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보수정부에 정권을 넘겨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새 정부는 3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와 서울 유휴부지 개발로 수도권 공급물량을 늘리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실행이 관건이다. 수요자가 필요한 곳에 원하는 집이 넉넉히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서울 주택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에 집중, 숨통을 틔워야 한다. 로또 청약 등 부작용을 야기해 온 분양가 상한제나 실효성·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재초환은 폐지하는 게 옳다. 그린벨트 해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부동산은 초기에 다잡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했다. 부동산이 그 진정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낡은 이념에 집착하거나 시장을 무시한 규제나 정책은 과거 실패를 답습할 게 뻔하다. 이제 진보정권의 부동산 흑역사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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