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해 한·미 정상회담 개최가 더 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나토 대표부에 이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가 지난 22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 끝에 입장을 바꿨다. 이번 불참 결정은 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안보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금 대한민국 외교의 정상화를 선보일 기회였다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이란 핵시설 타격이 이유라고는 하나, 2022년부터 3년 내리 참석해 온 만큼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 이번 회의가 한·미 통상 협상시한(다음 달 8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면할 절호의 기회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시라도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세 문제는 물론 국방비 국내총생산(GDP) 5% 증액 요구와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양국 간 얽힌 현안의 실마리를 푸는 일이 시급하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웠던 ‘실용외교’의 셈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은 과제로 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거 귀국으로 G7 정상회의에서 불발된 양국 정상회담을 두고 대통령실은 ‘가장 근접한 계기’에 회담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7∼8월 이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만남이 이뤄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나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사이 우리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위축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회담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방산과 원전 수출 확대 등을 논의할 기회가 지체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마침 폴란드와 9조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사업의 최종계약 확정할 수 있는 시기인데 이번 불참으로 계약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권 초기 대통령의 잇따른 순방이 부담스러운 상황은 맞지만, 정상외교 행보에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를 허문다면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시사해 다자외교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자칫하면 국제적 입지만 좁힐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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