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등에서 유통되는 농산물의 75% 이상에서 유해한 농약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시금치, 딸기, 포도, 복숭아 등 국내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과일과 채소들이 ‘가장 오염된 농산물(Dirty Dozen)’ 목록에 포함되며 식탁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섭취 전 철저한 세척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거나 잔류 농약 수준이 낮은 품목을 우선적으로 소비하는 등 보다 신중한 식재료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 EWG)’은 ‘2025년 농산물 소비자 가이드’를 통해 이른바 ‘더티 더즌(Dirty Dozen)’ 목록을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WG가 2004년부터 미국 농무부(USDA)의 농산물 잔류 농약 데이터를 분석해 매년 공개해 온 자료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식품 선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WG는 USDA가 실시한 47종 농산물, 약 5만개 샘플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세척하거나 껍질을 벗긴 상태에서도 전체 샘플의 75% 이상에서 농약 잔류물이 검출됐다. ‘더티 더즌’으로 분류된 12개 품목에서는 무려 96%의 샘플에서 잔류 농약이 발견됐다.
2025년판 ‘더티 더즌’ 목록에서 1위는 시금치였다. 이어 딸기, 케일, 포도, 복숭아, 체리, 천도복숭아, 배, 사과, 블랙베리, 블루베리, 감자가 포함됐다. 블랙베리와 감자는 올해 처음으로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물이다.
USDA는 “조사 대상 농산물의 농약 잔류량은 모두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정한 허용 기준 이내”라며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는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의 농산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EWG의 보고서가 과도한 불안을 조장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WG가 발표하는 ‘더티 더즌’ 목록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유발해 오히려 과일과 채소 섭취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WG는 농산물뿐 아니라 화장품, 백신 등 다양한 분야의 ‘위험성 순위’를 발표해왔지만 과학적 타당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EWG 측은 “잔류 농약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의 알 권리”라며 “농약에 장기 노출될 경우 일부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EWG는 “유기농 여부와 무관하게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약이 법적으로 허용된 기준치 이내라고 해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면역 취약 계층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척을 철저히 하고, 껍질째 섭취하는 과일이나 채소는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소비자들이 정보에 근거한 현명한 선택을 통해 안전한 식생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