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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자폐, 편두통 있는 우리 아이… 식사만 바꿔도 변화 생긴다 [부모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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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3 07:00:00 수정 : 2025-06-23 00: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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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지수 식사 가이드’ 펴낸 이영목 교수

신경질환 앓는 소아·청소년 위한
저당지수 식사요법 필요성 강조
‘저탄고지’ 케톤식의 완화된 형태
고지방 섭취→간에서 케톤체 생성
뇌의 과흥분 억제… 항경련 등 효과

‘양파는 굵게 다지고 마늘은 편으로 썰어 버터를 두른 팬에 볶는다. 새우살을 넣고 함께 볶다가, 볶은 재료를 그릇에 담고 저당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 뒤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돌려 치즈를 녹인다. (새우살 180g, 마늘 10g, 양파 60g, 버터 40g, 모차렐라 치즈 50g, 토마토소스 20g, 소금·후춧가루 약간)’

희소질환인 ‘미토콘드리아 질환’ 국내 최고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제자 나지훈 교수와 함께 최근 발간한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의 일부다. 100여개의 요리법이 담긴, 사실상 요리책이다.

국내 ‘미토콘드리아 질환’ 명의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운 질환을 마주하면서 늘 해결 방법을 갈구하게 됐고, 없었던 길도 찾아가게 됐다”며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는 이런 저의 고민과 함께 병원 소아 신경분과와 영양팀, 사회사업팀이 모두 힘을 모은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의사가, 그것도 희소질환 전문가가 왜 요리책을 냈을까.

이 교수는 지난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경질환을 겪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경우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약물치료가 없어, 영양 및 식이요법이 치료의 중심축이 된다”고 소아·청소년 신경질환에서 식사요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질병 치료라고 하면 흔히 ‘약물’을 떠올리지만, 약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뇌전증의 경우 전체 환자의 20∼30%가 3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사용해도 발작이 지속해 ‘약물 난치성’으로 분류됩니다.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역시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20% 정도라고 보고됩니다. 편두통도 약 10%는 만성 편두통으로 발전하며, 이 중 일부는 예방약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교수가 책에서 강조한 것이 바로 저당지수 요법(LGIT)이다. 케톤생성 식사요법(KD)의 한 형태로, 일반적인 식단이 탄수화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반면, ‘케톤식’은 지방의 비율을 높인다. 전통적인 케톤식은 칼로리를 제한하며 지방과 비지방(탄수화물+단백질)의 비율을 4대 1 또는 3대 1로 맞춘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고지방 식단은 환자가 섭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케톤식에서 완화·수정 과정을 거쳐 앳킨스 식사요법, 중쇄지방산 식사요법, LGIT 식사요법 등이 등장하게 됐다. 이 중 LGIT는 가장 완화된 형태의 케톤식이다.

“탄수화물은 혈당으로 전환되어 인슐린의 작용에 따라 세포 내로 들어가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의 비율을 높이면, 우리 몸은 간에서 지방산을 분해해 케톤체를 생성하게 됩니다. 케톤체는 뇌를 포함한 여러 기관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뇌의 과흥분성을 억제해 뇌전증 등에서 항경련 효과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대사적 전환은 단순한 칼로리 조절이 아니라 신체의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치료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IT는 약 20년 전부터 다양한 연구를 통해 뇌전증, 편두통,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미토콘드리아 질환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2023년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LGIT는 경련 빈도를 50% 줄이는 전통적인 케톤식(KD)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ADHD에서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도파민 시스템과 시냅스 가소성에 영향을 미쳐 주의력과 충동 조절이 개선된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는 LGIT를 포함한 케톤식이 장내 미생물군을 변화시켜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각 처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보고도 있죠.”

편두통도 마찬가지다. 유럽 연구에서는 LGIT가 통증 빈도와 강도를 유의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고, 스탠퍼드대학은 LGIT를 편두통 예방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환자들 역시 LGIT를 통해 많이 좋아졌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던 10살 뇌전증 환자는 LGIT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발작 빈도가 약 80% 감소했고,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일종인 ‘멜라스 증후군’ 환자는 LGIT 식사 이후 전신 피로와 운동 시 호흡곤란 빈도가 줄었다. 편두통으로 등교를 거부하던 여중생도 LGIT 시행 후 발작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어 현재는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질환들인데, 단일 식단으로 증상 개선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이 의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각 질환이 표면적으로는 증상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뇌의 에너지 대사 이상, 산화스트레스 증가, 신경세포의 과흥분성 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병태생리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케톤체는 항산화 작용, 신경전달물질 조절, 시냅스 안정화 등을 통해 신경세포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장내 환경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속에서 긍정적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뇌 기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그동안 치료에 목말랐던 환자 가족들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다. 발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쇄에 들어갔다.

LGIT는 가장 완화된 형태의 케톤식이기 때문에, 일반 소아·청소년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LGIT는 건강한 소아·청소년의 식습관에도 좋은 식단”이라면서 “다만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칼로리 제한 없이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고지혈증·지방 대사 이상·섭식장애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아 내분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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