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형사사법 절차 악용, 죄질 매우 불량”
남성 직장 동료 A씨를 만취하게 한 뒤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처럼 속여 6년 간 15억원을 뜯어낸 공무원 등 2명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김종기 고법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공무원 B씨와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공범 C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는 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C씨가 당심(2심)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6200만원을 추가로 변제했고 1년 이내에 5000만원을 더 변제하기로 약속해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범행은 형사사법 절차를 악용해 거액의 돈을 갈취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변제 금액이 전체 피해액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2012∼2013년 B씨의 직장 동료인 피해자 A씨를 한 식당으로 불러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A씨가 만취하게 한 뒤 이후에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이 성폭행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이를 마무하려면 합의금을 전달해야 한다”고 속여 9억800여만원을 뜯어냈다.
B씨 등은 5년 뒤인 2017∼2018년 A씨를 식당으로 불러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고, 이 때는 “미성년자 부모에게 연락이 왔는데 자녀가 성폭행 당했다고 한다. 10억원을 안 해주면 감옥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협박해 6억6000만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A씨가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잃곤 하는 습관과 여성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했다. B씨는 A씨에게 성폭행 신고가 이뤄질 것처럼 속여 돈을 받는 역할을 했고, C씨는 ‘꽃뱀’ 작업에 투입될 여성을 소개 받아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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