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국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 한국 국방비 규모는 지난해 기준 GDP의 2.8% 수준으로, 미국 요구대로 단기간에 5%로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질의에 답변으로 보내온 성명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8일(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과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대화)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넬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도 미국이 국방비 지출 증액을 요구하는 아시아 동맹국에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한국은 GDP의 2.8% 수준인 약 66조원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이를 5% 수준으로 올리려면 100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를 국방비로 써야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방비를 2배 가까이 올리려면 복지 등 다른 예산을 줄이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라 단기적으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겐 국방비 지출을 GDP의 5%로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전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고,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국방비 지출 문제가 당장 양국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일단 이재명정부는 유럽 국가들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GDP의 5% 수준 국방비 지출’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비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접근해 국방과 산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위원은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하니 (북한에 대한) 재래식 억제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고, 우리도 이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며 “인구 절벽으로 병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 분야의 AI나 무인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게 이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미국은 기본적으로 여러 국가에 국방비 증액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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