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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특수요원, 드론 기습…톱니처럼 맞물린 최신 전쟁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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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0 10:14:50 수정 : 2025-06-20 10: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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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주목받은 드론의 사용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인칭 시점(FPV) 드론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자폭무기로 활용하고, 드론 공격을 저지하고자 구축된 전자전 및 방공체계의 허점을 파고들어 적군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빼앗는 방법이 등장했다.

지난 15일 이란이 쏜 미사일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가지에서 폭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감행한 이란 공습 작전 ‘떠오르는 사자’와 우크라이나가 1일 러시아 내륙 소재 전략폭격기 기지를 타격한 ‘거미줄’ 작전이 대표적 사례다.

 

두 작전은 드론이 지닌 한계를 정보기관과 군의 합동작전, 첨단기술로 극복하고 적군에게 타격을 입혔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공격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 “안전지대는 없다”다는 공포를 심어줬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드론의 근본적 제약 깬 작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이란산 샤헤드-136 자폭드론과 FPV 드론으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이 같은 ‘드론 전쟁’은 자폭드론을 세계 각국에 널리 퍼지게 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 태크놀로지가 지난 4일 촬영한 러시아 이르쿠츠크 벨라야 공군기지 위성사진. TU-95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간이 지나면서 드론의 제약이 두드러졌다. 샤헤드-136처럼 먼 거리를 비행하는 자폭드론은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체계에 쉽게 포착된다. 속도가 느리고 소음도 커서 탐지와 요격이 용이하다.

 

FPV 드론은 저렴하지만 비행거리가 짧고 전자전 시도에 취약하다. 전자전 공격을 회피하고자 광섬유 케이블을 장착한 FPV 드론이 등장했으나, 비행경로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처럼 적국 또는 상대 국가의 영토 깊숙한 곳에 드론과 특수요원을 잠입시킨 뒤 기습공격을 가한다면 전자전과 방공망의 저지는 물론 수천㎞나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제약마저 넘어설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국경에 산맥 등의 자연적 장애물이 없고,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러시아 풍습에 익숙한 사람이 많다. 러시아에 잠입할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전쟁 기간 대량생산된, 싸고 전술적으로 효과적인 FPV 드론 폭탄을 트럭에 실어 공격하는 혁신적 방법이 등장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스텔스기나 폭격기, 극초음속미사일, 적 방공망 제압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다만 러시아보다 공군력 등에서 열세에 있고, 전황도 불리한 상황이라 드론 기습공격 이후 전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후속 작전을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 태크놀로지가 지난 16일 촬영한 이란 피란샤르 핵시설.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상 시설이 파괴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와 군부의 긴밀한 공동계획과 우수한 국방과학기술, 강력한 공군력 및 전자장비를 결합해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정교하면서도 파괴력이 높은 작전을 실행했다.

 

모사드는 이란에 드론과 관련 부품, 정밀유도무기 등을 몰래 반입해 드론 공장을 만들었다. 여기서 조립된 드론은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지역에 배치됐다.

 

모사드 측이 설치한 인터넷 기반 원격 조종 기능을 갖춘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과 드론이 작전 초기 이란 방공망과 지대지미사일 등을 파괴함으로써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 서부 지역 제공권을 장악한 채 군사작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란은 이동식 방공체계를 전개하거나 드론 재밍(전파방해) 등으로 저지하지 못한 채 초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제한적인 수준의 반격만 가능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이같은 기습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AI 알고리즘과 운영자의 수동 개입을 결합한 최신 드론 제어 기술을 썼다. 작전에 사용된 드론 중 일부는 수신되는 신호가 손실되자 미리 계획된 경로를 따라 AI를 활용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전환됐다. 

 

이스라엘은 2023년 하마스와의 전쟁 당시부터 AI를 적극 활용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플랫폼은 감시 자료, 통신 기록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위 지휘관과 군사 인프라 등의 표적 식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쏜 미사일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상공에서 낙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란티어는 2024년 초 이스라엘 국방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전장 정보와 표적 식별 등에 팔란티어의 AI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도 제미나이(Gemini) 등의 AI 서비스를 제공해 감시 영상에서 얼굴을 인식하고 이동을 추적하는 등의 기능을 지원했다.

 

AI 활용은 기존 추적·분석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표적의 동향을 추적함으로써 감시 공백 없이 표적의 특성을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모사드 등의 정보기관이 수집한 첩보와 이란 선전매체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컨텐츠까지 AI로 융합해 분석하면, 인간이 미처 생각지 못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침투 계획과 경로, 타격 시기, 매복 지점 등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군 지휘부 입장에선 인간 참모보다 더 많은 정보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략가를 두는 셈이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 태크놀로지가 지난 4일 촬영한 러시아 무르만스크 올레냐 공군기지 위성사진. 폭격기들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전지대는 없다…전쟁기획 능력 키워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작전은 정보기관과 군의 전문성, 첨단기술이 결합하면 상대방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사자’ 작전은 공군의 공습과 이란 내부에서 사용된 드론, 특수요원의 활동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면서 동시다발적인 타격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선 정찰위성과 전자전, 빅데이터와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하면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융합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AI가 지원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도의 전쟁기획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와 군 조직 간에 칸막이가 존재하지 않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환경도 필요하다.

 

잠재적 적국이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의 사례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국내의 보안체계를 강화해서 방첩 능력을 더욱 높이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과 물품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 같은 부분에서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군이 14일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영토 전역에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분쟁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머무르는 곳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전통적 방식의 공격 전술로는 이같은 인식이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드론을 적국 영토에 잠입시킨 뒤 기습공격을 감행한다면,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공군기지와 방공망 외에도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체계와 군사시설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는 기지 방어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공군은 공군·방공기지와 전력을 스스로 지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공군력을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이 가동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공군기지 방호를 소홀히 한 결과, 이젠 생산조차 되지 않는 전략폭격기 다수를 잃었다. 이란도 서부와 수도 테헤란 일대에 있던 방공망이 무너졌다.

지난 13일 이란이 쏜 미사일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가지에서 폭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나치게 많은 공중전력을 특정 기지에 집중하는 대신 다수의 소규모 기지로 분산하고, 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방어체계와 공군기지 방어망을 통합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군기지와 방공기지의 엄체호는 더욱 튼튼하게 건설해 드론 공격 등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방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엄체호 건설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패트리엇(PAC―3) 미사일 실탄 발사 비용보다는 저렴하다.

 

공군기지 활주로가 파괴될 경우에 대비해서 활주로를 신속하게 복구하는 장비와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관련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

 

육군과 공군 방공망 및 드론 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해서 효율적인 단일 방공작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란은 다수의 방공체계에서 수집된 정보를 단일 화면에 띄우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방공요원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만든다. 오판의 가능성도 높인다. 이 같은 형태가 방공작전에서 비효율적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곳곳에 배치된 레이더 등의 감시체계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융합해서 지휘부에 실시간 제공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적군의 공습을 저지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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