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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감소 없는 노동 단축”…경기도의 ‘주 4.5일제’ 실증이 몰고 올 파장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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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0 06:00:00 수정 : 2025-06-20 01: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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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시범사업에 68개 기업 참여…설계·분석이 관건
참여 노동자에 월 최대 26만, 기업은 2000만 지원 계획
李 대통령 대선 공약과 겹쳐…道 시범 실시에 의미 부여
노동시장 재편 가져올 담론…주 5일제 도입 때와 상황 달라

임금을 줄이지 않고 격주 4일제나 주 35시간제 선택이 가능한 ‘주 4.5일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닻을 올린다. 지난 대선 기간 화두였던 이 제도가 경기도 주도로 실증에 들어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려는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도가 정착되면 이른바 ‘불금’엔 점심만 먹고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덜 일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경우 노동계 구조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9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주 4.5일제 시범사업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기업 생산성, 노동자 삶의 질 향상…두 마리 토끼 잡을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9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68개 기업과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교환했다. 김 지사는 “주 4.5일제를 본격 시행하면 국민의 일주일 삶이 바뀔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생산성과 삶의 질이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기간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겠다. 새 정부와 함께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는 지난해 8월 ‘사람중심경제(휴머노믹스)’의 주요 과제로 주 4.5일제를 제안한 바 있다. 올해 2월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3월부터 참여 기업을 모집해왔다.

 

이날 행사에는 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 관계자 등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영국에서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한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자치구의 브리짓 스미스 집행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예산 절감과 이직률 감소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2023∼2024년 공공부문 직원 6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금삭감 없는 주 4일제 근무’에선 이직률 39% 감소, 시민 불만 건수 20% 감소라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밖에 스페인 발렌시아, 아이슬란드 등이 비슷한 형태의 근로시간 단축을 실험했다. 2015∼2017년 진행된 아이슬란드 근로시간 단축 실험은 전체 노동인구의 1%인 2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주 35∼36시간까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번아웃 42% 감소, 노동생산성 3.8% 증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2022년 미국·영국·캐나다 기업 90여곳을 대상으로 6개월간 이뤄진 주 4일제 실험인 ‘4 Day Week Global’에선 번아웃 71% 감소, 매출 35% 증가, 이직률 감소 57%라는 수치가 검증됐다.

 

이어 2023년 진행된 스페인 발렌시아의회 주도의 주 4일제 시범사업에선 스트레스 40.8% 개선, 부양가족 돌봄 시간 할애 44.4% 증가라는 결과가 남았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뉴스1

◆ 이재명 정부, 노동권 전면 개편 예고…주 4.5일제는?

 

경기도의 4.5일제 실험은 단순히 지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유효한 지표 산출에 따라 향후 노동시장의 재편까지 불러올 수 있는 거대 담론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도내 민간기업과 도 산하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68곳이 참여한다. 대상 근로자만 1262명에 달한다. 기업 상황에 따라 △주 4.5일제(요일 자율 선택) △주 35시간 △격주 4일제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가 가능하다. 격주로 월요일을 쉬며 ‘월요병’을 피해 가는 근무 형태 역시 적용할 수 있다.

 

19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주 4.5일제 시범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참석한 기업·노동자 대표와 공무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참여 기업은 IT, 제조업, 언론사까지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파주의 한 제조기업은 이미 격주 4일제를 도입해 근로자의 건강 개선 효과를 봤고, 성남의 IT기업은 2021년부터 주 35시간제를 시행한 데 이어 이번 사업 참여로 주 3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돕는다. 참여 기업들에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임금 보전 장려금과 기업당 최대 2000만원의 맞춤 컨설팅, 근태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83억원 안팎이다. 기업이 아닌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게 기존 유연근무제와 다른 점이다. 

 

19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주 4.5일제 시범사업 업무협약식. 경기도 제공

도는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펼쳐 노동생산성, 직무만족도 등 44개 세부지표를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에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때 나오는 분석 결과물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2027년까지 44개 세부지표 분석…첨단기업들 반발 예상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실질적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 4.5일제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종 공약에도 근로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가 담겼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간호사들이 고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이미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연세의료원 등 국내 의료기관에선 간호사들의 퇴사율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삶의 질 향상과 노동 생산성 상승의 상관관계를 따지며 오히려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운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주 5일제 도입은 김대중 정부 때 논의가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대기업부터 적용됐다. 당시는 경제 활황기여서 침체기에 접어든 요즘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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