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노력해 달라” 독려도
국정위도 “업무보고 매우 실망
다시 받는 수준 진행” 군기 잡기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를 향해 민원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며 쓴소리를 내놨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정부기관 업무보고에 대해 “매우 실망”이라고 공개 질책했다. 정부가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행정을 하다 보면 대개 공급자 중심의 행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늘도 정책안을 보면 대체로 잘 준비하고 계시지만, 가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싶은 흔적이 보인다”며 “우리가 하는 결정이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조금만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민원에 대해서도 “‘귀찮은 일’, ‘없으면 좋은 일’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이 헌법의 대원칙이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면 다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민원을 처리해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 지연되느냐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점을 관련 부처에서 신경써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국정기획위도 군기 잡기에 나섰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세종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제(18일) 진행된 업무보고는 한마디로 ‘매우 실망’이라고 말씀드린다”며 “윤석열정부 3년과 내란 6개월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이틀차인 이날 업무보고를 두고도 “앞서 총평했던 것보다 조금 더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자료는 미리 준비해 왔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부 기관들이 이재명정부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비전을 세우지 못했다는 게 국정기획위 설명이다. 조 대변인은 “공약에 대한 분석도, 반영도 부족했다. 내용이 없고, 구태의연한 화제를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며 “어떤 부처는 공약을 빙자해 부처가 하고 싶은 일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어제 업무보고가 있었는데, 많이 준비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이원된 정부 정책과 지난 겨울부터 대선에 이르는 동안 많은 부분이 흐트러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공무원 여러분도 흐트러진 상황으로 하셨다면 지금은 모든 걸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하셔야 한다”면서 “계획도 꼼꼼히 세우셔야 한다.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으면 서슴없이 새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업무보고가 부족했던 기관을 상대로 추가 보고를 받기로 했다. 조 대변인은 “전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하겠다”며 “내일(20일)까지 분과별로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평가한 후에 형식과 일정에 대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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