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하 핵시설 공격 성공해도
이란 ‘버티기’로 장기전 가능성
지형 등 변수로 타격 실패 땐 역풍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고 이란도 미사일 등을 이용한 반격에 나서는 등 양국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여전히 직접 개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개입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내부 소식통발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막판 고심은 이란 문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가지는 위험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이 이란의 핵 능력 무력화를 위한 벙커버스터 등 최첨단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작전을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란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는 미국 CNN 방송에 미국의 대이란 공격은 온갖 악재가 다 쏟아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란마예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이란과의 전쟁에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와 전쟁에 나서서도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이후 산발적 전투와 기습작전에 나선 게릴라 세력을 완전히 척결하지 못한 탓이다. 이라크보다 국토가 3.8배나 크고, 인구도 3배 이상 많은 이란은 당시 이라크보다 군사적 충돌을 더 쉽게 장기전으로 이끌 수 있다. ‘미군의 늪지대’라 불렸던 이라크의 상황이 이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 이란 문제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터라 부담은 더욱 커진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이란의 전략은 결국 버티면서 최대한 반격하고, 트럼프가 예멘에서 그랬듯이 전쟁을 갑자기 끝내도록 바라는 것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트럼프가 정치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이스라엘-이란 문제에서 손을 떼기를 바라며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홍해에서 자국 선박을 공격하던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거점을 폭격하다가 지난달 6일 돌연 후티의 항복을 주장하며 군사작전을 중단한 바 있다. 이렇게 이란이 충돌 장기화만을 목적으로 버티기에 나설 경우 미국은 더욱 곤혹스럽게 된다.
심지어 미국이 군사개입을 했음에도 이란 핵 프로그램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의 군사적 역량은 충분하지만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산악지역 지하 깊숙이 존재하는 이란의 핵 시설까지 침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이란이 이미 주요 핵시설을 옮겨놓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이란의 전직 외교관 호세인 무사비난은 엑스(X)에 이란이 첨단 원심분리기를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으며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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