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에 개입할 가능성을 계속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긴박해지는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의지를 18일(현지시간) 확인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UNCONDITINAL SURRENDER)”하라고 대문자를 써 강하게 요구한 데 대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TV 성명으로 “절대 항복할 일 없다”며 미국이 군사 개입하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미국이 직접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일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이란을 상대로 무슨 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하면 “이란 측에서 대화 제의를 해왔지만 지금은 대화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줄곧 열려 있었고, 당장은 긴장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거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게 계속 하라고 말했다” 등으로 언급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도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을 예고하기보다 여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과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란이 큰 문제에 직면해 있고, 협상을 원한다는 것”이라 한 데서 보다 명확해진다. 이란이 협상을 하자고 접촉해왔다는 사실을 긍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때가 늦었다고 하면서 “일주일 전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너무 늦은 일은 없다”고 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해 미국으로 조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 및 이란 핵시설 파괴를 위한 미군의 직접 개입 등을 논의했다. 1시간20여분에 걸친 회의 끝에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방부는 즉각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 준비 여부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스라엘은 기습 공격 첫 이틀 동안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 알리 샴카니 총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10여 명과 핵 및 미사일 과학자 9명 등을 숙소 및 현소재 파악 후 정밀 공습으로 폭사시켰다. 나흘 전 이스라엘이 하메네이에 대해서도 소재를 알고 암살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중지시켰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전투기 50대를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 일대 20여개 군사 표적을 공습한 이스라엘은 타격 대상을 미사일 부품 생산시설과 원자재 공장, 그리고 이란 내부 보안 본부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성명을 통해 “공군 전폭기가 방금 이란 정권의 내부 보안 본부, 즉 독재 정권의 억압 기구를 파괴했다”며 “우리는 통치의 상징을 타격하고, 아야톨라 정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공격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테헤란 시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대피 중이며, 고속도로 곳곳에서 대규모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중동에서의 급박한 정세에 러시아가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통화해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을 중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크레믈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있어 중재자가 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외교 협상 촉진자로서 러시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