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춘성은 34년 만에 도념役
7월 17일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한국 연극사에 천재로 기록된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희곡 ‘동승’을 원작으로 한 연극 ‘삼매경’이 7월17일부터 8월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다.

18일 국립극단에 따르면 함세덕 대표작인 ‘동승’은 1939년 유치진 연출로 초연한 작품이다. 깊은 산속,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렸다. 초연 당시 제2회 연극대회 극연좌상(현재 동아연극상의 전신)을 받았고 이후 제작된 영화는 안방극장 등에서 상영되며 수많은 국민 심금을 울렸다.
연출가 이철희가 재창작한 ‘삼매경’은 ‘동승’에 뼈대를 둔 극중극 형태다. 34년 전, 자신이 분했던 역할을 실패라 여기며 그 연극의 시공간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사는 배우가 주인공이다. 과거 자신의 분신이 깨어나 그를 죽여 저승으로 보내지만, 이때도 그는 여전히 34년 전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저승길에서 이탈한다. 그토록 소원하던 1991년의 연습실로 돌아간 그는 또다시 완전한 역할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실패의 가중이 더해 간다.

특히 이번 무대에선 1991년 박원근이 연출한 ‘동승’에서 스물다섯의 나이로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이 세월을 입은 도념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지춘성은 ‘동승’으로 제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지춘성은 실제 자신과 배역을 일치시켜 34년 전 어린 불자를 연기했던, 59세의 오늘날 본인으로 무대를 밟는다.
이철희 연출은 “‘삼매경’을 만난 관객들이 ‘내가 한 선택이 나의 역사이고 그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이 연극이 삶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격려할 수 있다면, 작품은 그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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