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3개월 노출, 8월 한·미 1000명 투입
100억원 투입했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내 전시 대통령 지휘소인 ‘B-1 벙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 수치가 10년 넘게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1 벙커의 라돈 수치가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인 148베크렐을 매번 초과하고 있다”며 “최고 711베크렐까지 검출돼 기준치의 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참모부 요원 약 40명이 이미 B-1 벙커에서 3개월간 상주 근무하며 고농도 라돈에 무방비 노출됐다는 점이라고 유 의원은 주장했다.
국방부는 전략사 지휘부에 라돈 수치 초과 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고, 이를 모른 전략사는 공조기를 30% 수준으로만 가동했다. 이 기간 벙커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원인 모를 두통과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11월 한 간부의 배우자가 국민신문고에 ‘남편이 일하는 벙커에서 라돈 수치가 300 이상 나왔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근무 여건이냐’고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3년부터 이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10여 년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조설비 보강공사 등을 벌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문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약 7억8000만원을 들여 저감시설 보강공사를 진행했지만 최근 측정치도 여전히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측정에서는 평균 450베크렐, 최고 711베크렐이 검출됐고, 2024년에는 38개 지점을 측정한 결과 평균치는 낮아졌지만 최고 706베크렐이 검출되는 등 일부 구간에서는 여전히 위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8월 후반기 한미연합연습에는 1000명이 넘는 장병들이 B-1 벙커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함께 참가한다. 특히 미군 일부도 이 공간에서 함께 훈련할 계획이지만 국방부는 주한미군 측에 비정상적인 라돈 수치에 대해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주로 임무수행을 하는 지휘통제실 등 핵심 상주 공간은 기준치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현재 공조시설 용량으로는 벙커 내부 전체를 커버하기 어렵다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유 의원은 “라돈은 WHO(세계보건기구)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1급 발암물질”이라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장병들을 그 공간에 투입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방부에 ▲B-1 벙커 전 지역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 대책 수립 ▲구조적 문제로 해결이 어렵다면 벙커 지속 사용 여부 전면 검토 및 대체 방안 마련 ▲전략사 간부 40여 명 전수 건강검진 실시 ▲책임 소재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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