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롯데의 대체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28)는 미국 메이저리그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281번으로 로스앤제렐스 다저스에 지명받았다.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구위 하나만큼은 인정받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승격을 막은 것은 제구 불안이었다. 이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도 선발 투수로 풀타임으로 뛴 적이 한 번도 없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도 9이닝 당 볼넷이 5.59개에 달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이러한 제구 불안을 뛰어 넘는 압도적은 구위가 통하는 모양새다. 평균 152.4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지난 8일 두산전에서는 157km의 공을 던졌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좌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그간 우완 투수 중에는 160km를 넘긴 문동주(한화)를 비롯해 157km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가 꽤 있었지만, 좌완 투수 중에는 감보아의 157km가 가장 빠른 공이다.

감보아의 투구폼은 높은 타점에서 찍어누르는 정통 오버핸드다. 덕분에 신장은 1m85지만, 그의 릴리스 포인트는 2m에 달한다. 워낙 높은 타점에서 찍어누르기 때문에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50cm를 찍고 있고, RPM(분당 회전수)도 평균 2500대를 기록할 정도다.
적어도 KBO리그에서는 압도적인 포심의 구위 덕분에 고질병인 제구불안도 해결되고 있다. KBO리그 4경기에서 24.1이닝을 던지며 내준 볼넷은 5개로, 9이닝 당 볼넷은 1.85개에 불과하다. 워낙 위력적인 포심에 147km까지 찍는 고속 슬라이더도 강력하다 보니 감보아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포심과 슬라이더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속 120㎞대 커브와 130㎞대 체인지업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직슬커체’를 앞세워 감보아는 한국에 입성하자마자 단숨에 롯데 에이스로 거듭났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삼성전에서는 마운드를 오래 내려다보는 습관 탓에 2회 2사 만루에서 ‘삼중도루’를 허용하는 등 4.2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물어나야 했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코치진의 조언에 따라 투구폼을 바꾼 이후에는 안정적인 선발투수가 됐다. 6월 성적은 3승, 평균자책점 1.37, KBO리그 성적은 3승 1패, 평균자책점 2.59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는 쉽게 공략할 수 없다”며 “감보아는 6,7회에도 시속 150㎞를 쉽게 넘긴다”고 구속을 감보아의 KBO리그 연착륙배경으로 꼽았다. 실제 감보아는 지난 14일 SSG 원정에서도 6회에 시속 154㎞ 빠른 공을던졌다.
롯데는 KBO리그에 적응하려는 감보아의 태도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 롯데 주장 전준우는 “감보아가 팀 문화에 잘 적응했다.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실력과 좋은 태도를 모두 갖춘 선수라서 앞으로도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감보아는 “내가 등판할 때 야수들이 필요한 점수를 뽑고, 불펜 투수가 잘 지켜준다. 포수와 경기 전후로 대화를 많이 하며 KBO리그 타자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며 “홈 경기는 물론이고 원정 경기에도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롯데 팬들을 보며 큰 힘을 얻는다. 이렇게 응원받는 환경에서 야구하고 있으니, 마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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