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3등’ 美 마이크론 광폭 행보
HBM4 샘플 출하… SK와 3개월 차
생산 확대 위해 300억弗 추가투자
삼성, AMD에 HBM3E 납품 성공
2025년 HBM4 양산까진 ‘잠행’할 듯
2026년 HBM4 시장 판도 역전 노려
메모리 업계의 차기 격전지로 꼽히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D램 ‘만년 3등’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로키’를 유지 중이지만, 내년 상반기 HBM4 시장 개화에 맞춰 예정된 로드맵을 소화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HBM4 관련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에 이어 HBM4 샘플 출하 소식을 전했고, 불과 이틀 뒤에 미국 내 HBM 생산기지 확대를 위한 300억달러 추가 투자를 선언했다.

마이크론의 HBM4 샘플 출하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의 거리를 벌리고 SK하이닉스에는 바짝 따라붙었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삼성전자가 HBM3E 8단·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에 발목이 잡힌 사이 마이크론은 지난 3월 HBM3E(5세대) 12단 양산에 성공했고, 3개월 만에 HBM4로 세대를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양산의 경우 마이크론보다 6개월 앞섰는데, HBM4 샘플 출하에선 그 격차가 3개월로 줄어들었다.
300억달러 추가 투자는 HBM4에서 판세를 뒤집겠다는 마이크론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마이크론 5.1% 순이다. 지난 2월 마이크론은 올해 말까지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뒤 HBM에 초점을 맞춘 클라우드 메모리(CMBU) 사업부를 신설했고, 이사회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절대강자인 TSMC의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전 회장을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대항마인 AMD와 먼저 손을 잡았다. AMD가 올해 출시한 최신 AI 가속기에 HBM3E 12단 납품을 공식화하며 그간의 성능 논란을 불식시킨 것이다. HBM3E 12단 공급에 성공한 만큼 바로 윗세대인 HBM4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HBM4 샘플을 출하해도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이 대대적인 공표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엔비디아 HBM 공급망 진입 여부를 두고 수차례 논란에 휩싸인 만큼, 앞으론 대량 양산 등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하기 전까진 잠행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HBM4 시장 개화를 내년 상반기로 보고 올해까지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기를 쓰고 HBM 개발에 나서는 배경엔 높은 수익성이 자리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HBM은 출하량으로 따지면 자사 전체 D램 중 14%에 불과하지만, D램 매출과 영업이익에선 각각 44%, 54%로 절반 내외의 비중을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웨이퍼당 매출을 따지면 HBM3E가 DDR5보다 약 45% 높다고 분석했다. 제조 기술이 고도화되는 HBM4에선 이전 세대보다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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