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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길어 올린 두 천재, 임윤찬과 메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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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5 11:46:12 수정 : 2025-06-15 11: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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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번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길어 올렸다. 클라우스 메켈레라는 또 다른 천재가 이끄는 프랑스 파리오케스트라와 협연에서 거장의 저평가된 유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랑스 파리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바라보고 있다. 빈체로 제공

라흐마니노프는 1891년 제1번 초연 후 이후 총 네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그중 인기는 2, 3번 몫이고 4번은 1927년 초연부터 혹평으로 얼룩졌다. 라흐마니노프는 두 차례에 걸쳐 곡을 수정, 1941년 최종 개정판을 내놨으나 평가를 뒤집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연주 기록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인기가 없다.

 

그런데 임윤찬은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첫 무대를 시작으로 메켈레가 음악감독을 맡은 파리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곡의 진가를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3번으로 우승한 후 쇼팽 연습곡,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진화를 거듭한 천재가 새로운 이정표로 4번을 택한 것이다.

 

11일 예술의전당, 13일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연주회에서 4번 협주곡 특유의 재즈적 뉘앙스와 대담한 화성 전개는 임윤찬 손끝에서 한층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특히 감정을 절제한 채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2악장에서 임윤찬의 섬세한 건반 터치와 집중력은 경탄을 자아냈다.

 

1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 파리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임윤찬 손을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들어 보이며 객석 갈채에 답례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이상권 음악평론가는 “임윤찬은 4번이 지닌 구조·음향·양식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완벽하게 풀어내며 이 곡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작곡자가 계속 고치다 보니 악장 전개가 튀고 맥락이 단절됐다는 악평을 듣던 4번 연주의 표준이 될만한 모범을 임윤찬이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이 곡에 공존하는 재즈적 감각과 낭만적 서정을 임윤찬은 자연스럽게 녹여서 하나의 긴 서사 곡선으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벌써부터 4번이 인기곡인 3번 협주곡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올 정도다. 3번 역시 곡이 너무 어려워서 인기가 없었으나 진가를 알아본 거장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노력으로 재평가된 바 있다.

 

이처럼 4번 연주의 새로운 해석 기준점을 제시한 기념비적 무대로 기억될 이번 공연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역시 임윤찬과 메켈레가 시선을 맞추던 순간이다. 1악장 후반부와 3악장 피날레의 절정에서 건반에 집중한 임윤찬과 고개 돌려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며 지휘하는 메켈레는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내용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메켈레는 협연 내내 섬세한 음향 조율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에 파묻히지도 않고,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희미해지지도 않도록 조율했다. 특히 2악장의 고요함과 3악장의 폭발성 사이를 실내악처럼 섬세하고, 대편성처럼 스케일 있게 표현해냈다.

1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 파리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클라우스 메켈레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지휘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2부에서 파리오케스트라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현은 그윽하고 관은 선명한 자신들의 사운드를 과시했다. 첫 번째 ‘프롬나드’부터 마지막 ‘키예프의 대문’에 이르기까지 메켈레는 지휘봉이 아닌 붓을 들고 무대를 그려나가듯 섬세하게 이끌었다. 스물아홉살 나이로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겸임하는 메켈레는 지금 세계 최고 인기 지휘자다. 이번 연주는 그의 뛰어난 악단 장악력과 정교한 음향 조율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메켈레는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심상을 청중 앞에 섬세하게 펼쳐놓으며 최상의 소리를 끌어냈다. 그의 세밀하면서도 열정적인 지휘는 악단과 청중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휘자임을 입증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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