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 핵·군사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놓였다. 이란과의 핵 협상 성공은 물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쟁 종식’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과, 주요 핵심 농축 우라늄 시설이 위치한 나탄즈 등을 포함해 이란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전개했다. 이날 공습으로 군부의 ‘투톱’인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과 무함마드 바게리 이란 합참의장 등 고위 군 지휘관 다수와 핵 과학자 6명이 사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100대 이상의 드론을 출격시켜 반격하는 등 앞으로 중동 지역의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공습으로 인해 이란과 협상을 주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공습 전날까지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비군사적 해법을 강조했으며, 오는 15일에는 오만에서 이란과 6차 핵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화되는 중동 정세를 마냥 관망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이라는 핵심 동맹국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극찬해 왔던 보수 평론가 몰리 헤밍웨이는 이날 폴리티코에 “이스라엘 공격을 허용하는 것은 수백만 미국 유권자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청년 보수단체’로 자리매김한 USA터닝포인트를 이는 찰리 커크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MAGA에 엄청난 분열을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미국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는 후보 시절 국제적인 군사 개입을 종식시키고 자신의 협상 능력으로 세계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로지 미국의 국익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핵심 지지층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폴리티코는 이미 MAGA 주요 지지자들의 소셜 미디어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협상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란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긴박해진 중동 정세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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