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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세계 석학들도 '건보공단' 지지… 533억원 ‘담배소송’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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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4 10:13:21 수정 : 2025-06-14 10: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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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12년 만에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서 최종변론을 마친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사회에 이어 세계 석학들까지 건보공단에 지지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번 항소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석학 등 전문가들이 담배회사와 소송을 진행 중인 건보공단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건보공단은 지난 12일 ‘2025년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 중 담배 소송 특별 세션에 국내외 보건·법률·과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가해 공단의 담배 소송이 갖는 국제적 의의와 정당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 중구의 한 흡연실. 뉴시스

WHO 건강증진부 공중보건법 및 정책 부문 책임자인 벤 맥그래디는 기조연설에서 국제 담배 규제 원칙과 회원국의 책무를 강조하며 “한국의 담배 소송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미국 역시 법원이 담배회사의 기만적 행위에 책임을 물었다.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흡연이 폐암·후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백하며 흡연자는 평균 10년 이상 수명을 잃고 있기에 각국 정부들의 보건교육·세금부과 등 강력한 법적 조치들이 담배 산업과의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필립 트루델 변호사는 캐나다 퀘벡 주의 집단소송에서 흡연 피해자를 대리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책임을 끌어낸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캐나다 역시 수십 년의 법적 투쟁 끝에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받았으며 한국도 과학적 근거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반드시 담배 산업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이번 소송은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이고 과학은 법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기둥이며 법은 과학의 손을 잡을 때 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약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액 규모는 30년 이상 장기 흡연자 3465명이 폐암∙후두암으로 2003∼2012년간 발생한 의료비 손해를 추산했다.

 

그러나 2020년 1심 재판부는 질병이 흡연 외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는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은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과학적 근거를 충실히 확보했다. 건보공단과 연세대가 13만6965명을 추적한 연구 결과, 30년 이상 중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54.49배나 높다는 충격적 데이터를 제시했다. 흡연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이 96~97%, 후두암은 85%에 달한다는 22건의 새로운 증거도 추가했다.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건보공단 지지도 이어졌다. 대한폐암학회, 대한암학회 등 26개 학회와 국립암센터 등 17개 기관은 지지 성명을 발표하면서 “흡연은 폐암의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직접흡연은 물론 간접흡연까지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담배회사가 중독성 강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제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조직적인 기만 행위이자 건강을 해치는 의도적인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와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도 “담배로 인해 매년 수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막대한 비용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출되는 현 상황에서 담배회사는 국민 앞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건보공단과의 간담회에서 “노인 세대는 오랜 기간 흡연에 따른 건강 피해가 누적돼 더 치명적이다”며 “공단이 제기한 담배 소송은 모든 국민이 함께 지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담배를 제조·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담배회사가 이제는 흡연 피해 기금 조성 등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건보공단과 담배회사 사이의 항소심 결론은 올해 하반기 중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건보공단이 1심의 결과를 뒤집고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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