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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작가 박천휴 “작업 여정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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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5 05:56:20 수정 : 2025-06-15 05: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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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쁩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 NHN링크 제공

한국인 첫 토니상 수상자가 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며 담담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토니상 6관왕 작품 창작자로서 공연 예술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천휴는 13일 국내 언론과 서면 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 진출 여정, 그리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두렵기도 했다”며 작품의 시작을 회상했다. 큰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특별히 모르겠다.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곡가 윌 애런슨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저희 둘 다 ‘작가(writer)’ 즉, ‘쓰는 사람’이라고 호칭한다.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저희는 지금껏 계속 쓰는 사람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구요.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을 구분하지 않고 늘 매우 가깝게, 유기적으로 함께 작업합니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하면서의 변화에 대해 박천휴는 “한국 공연과 규모가 다른 만큼 연출과 무대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매우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배우의 숫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숫자 등이 조금씩 더 늘어났고, 한국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구요. 모두 오랫동안 수정 작업을 거치며,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시도들이었습니다.”

 

해외 관객의 반응도 인상 깊다. 뉴욕에서 먼 도시에 사는 어느 미국인이 혼자 뉴욕에 휴가를 오면서 열 개의 공연 티켓을 예매했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섯 번째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결국, 남은 다섯 개의 공연표를 팔고, 비행기표를 바꾸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아내를 좀 더 일찍 보기 위해 집에 돌아갔다고 해요.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아내와 함께 뉴욕에 와 다시 이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어요. 저에게 직접 쓴 글은 아니었지만,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으로 느껴졌습니다.”

 

토니상 수상 당일에 대해선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총 일곱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계가 비평가상, 에미와 골든글로브를 거치고 결국 피날레를 오스카 시상식에서 장식하듯, 공연계 또한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와 드라마 데스크를 거쳐 토니 어워즈까지 거의 석 달에 가까운 ‘어워즈 시즌’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하며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해야 했습니다. 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으니, 제가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석 달 동안 뛴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몸도 많이 지쳐있었구요. 그래서 토니 어워즈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습니다.”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작품으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인간을 대신해 외로움을 달래주는 구형 로봇 ‘올리버(대런 크리스)’와 ‘클레어(헬렌 J. 셴)’가 만나 사랑과 이별, 감정을 경험하며 진짜 인간처럼 변화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NHN링크 제공

세계가 주목하는 창작진이 된 윌 애런슨과 박천휴 일정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다른 작품도 미국 공연을 준비중이고 신작 준비도 이뤄지고 있다. 박천휴는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모두 우선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고,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은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천휴는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예정”이라며 “과거에 함께했던 배우분들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가져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공개 상태인 TV드라마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박천휴는 “제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거의 50:50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가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창작자에겐 ‘인내’를 강조했다. 그는 “공연을 만드는 일은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은 걸리는,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긴 시간 매달려야 하는 일”이라며 “반면에,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훨씬 더 보잘것 없는게 현실이다. 빠른 성공을 위해 뛰어들기에 좋은 직업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창작진들이 쉽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써서, 진정성있는 제작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버틸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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