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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야구단은 잡은 물고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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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2 23:10:59 수정 : 2025-06-12 23: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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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로야구 인기가 엄청나다. 시즌 절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5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다. 다만 올 시즌 초반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던 것은 ‘옥에 티’다. 다름 아닌 3월30일 NC 다이노스 홈구장 창원NC파크의 구조물 추락으로 인한 한 팬의 사망사고다. 이로 인한 구장 안전 점검 문제로 NC는 두 달이나 창원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며 경기를 치러야 했다.

문제는 이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창원시의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대응이었다. 구장 시설의 관리 책임이 엄연히 창원시에 있었음에도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나 시설물 점검 문제를 NC 구단에 떠넘기려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다. 물론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지만 시측의 행태가 너무하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그제야 창원시가 조금씩 태도 변화를 보이는 듯했지만 이 역시 소극적이었다. NC파크 재개장이 두 달이나 걸린 이유도 창원시 측의 안일한 태도에 안전 점검 감독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뿔이 나 점검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어쨌건 NC가 울산을 대체 홈구장으로 정하면서 안 그래도 힘들었던 창원구장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홈팬들의 불만 목소리가 폭발하고 나서야 창원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NC 구단에 복귀를 재촉해 다시 불러들였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NC 구단으로서도 기분이 좋을 리 없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창원에 프로야구단을 유치할 때만 해도 시는 신구장 건축과 교통 인프라 보완 등 각종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그런 한편으로 창원시는 NC 구단에 2044년까지 야구장 사용료 명목으로 330억원을 내도록 해 사실상 구장 건축비 일부를 챙기기도 했다.

불만이 쌓여 있던 NC 구단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참지 못하고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프로야구 인기가 절정인 만큼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찬밥 취급받느니 이참에 연고지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처음 구단을 유치할 때는 간이고 쓸개이고 다 내줄 것처럼 하다가 일단 연고지로 정해진 다음에는 나 몰라라 할 뿐 아니라 강압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대표적인 갑질 사례가 창원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듯 NC는 창원시에 21개 요구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는 KTX 증편 등 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도 들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따져보면 이것도 구단 유치 당시 창원시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라 원죄는 창원시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가 커지자 창원시는 NC 상생협력단(TF)을 만들고 이 요구안을 검토한 다음 실행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로 바뀐 듯하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지자체에 프로야구단은 유치만 하면 신경 쓸 거 없는 ‘잡아 놓은 물고기’로 인식됐지만 완전히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야구단과 지자체는 서로가 서로를 활용해 ‘윈윈’하는 모델이 되어야 하지 ‘갑을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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