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정책브리핑’ 내 연설문 영역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선포와 해제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담화문이 누락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비상계엄 사태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전임 정부 실무자들조차 계엄 관련 대통령 담화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정책브리핑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정부의 공식 기록 보관소다. 대통령의 연설문부터 정부 주요 정책들이 성격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이 중 ‘대통령 연설문’ 영역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1999년부터 역대 대통령 연설문을 게재한다. 2008년 광화문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한 연설문, 2016년 11월 ‘최순실 게이트’ 와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한 연설문 등 ‘역사의 연설문’이 가감 없이 올라가 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언을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판단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대통령 연설문’ 영역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와 국회가 신속히 계엄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킨 지 4시간여 만에 발표된 계엄해제 관련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12월4일 04시20분)’은 계엄 당일 등재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한밤중 기습적 계엄 선포와 해제가 이뤄진 12월3∼4일 연설문 영역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의 연설문은 3일 진행한 키르기즈공화국 정상회담 당시 모두 발언뿐이다. 그다음 등재된 윤 전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은 12월7일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대국민담화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12월7일 담화문)”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대통령 공식 연설문 영역에 계엄 선포와 해제 관련 기록은 빠져 있는 것이다. 12월12일과 14일 연이어 발표된 윤 전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명칭의 연설문은 모두 등재돼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관련 담화문은 정부 정책을 소개하는 ‘정책 뉴스’ 영역에 포함돼 있다. 문체부 정책브리핑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문은 대통령실에서 등록해야 받아볼 수 있는 건데, 계엄날 당시에 (대통령실로부터) 받지 못해 정책 뉴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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