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정민이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출판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297회가 방영됐다. 공개된 회차에서는 배우 박정민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출판사 대표가 된 근황을 전하며 관련 일화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박정민은 독립 출판사 ‘무제’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완성된 책을 소개하기도. 그는 “2021년 ‘듣는 소설’이라는 기획으로 시작됐다”며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만들어 시각 장애인 독자분들에게 먼저 소개시켜 드리고 한 달 이후 종이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재석은 “오디오북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라고?”라며 질문했다. 박정민은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원래 눈에 장애가 있으셨다”며 “운전도 못하셔서 ‘왜 우리 아빠는 운전을 못 하지?’ 짜증 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후 박정민이 출판사를 설립하고 첫 책이 나올 때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해 시력을 아예 잃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 ‘1승’ 촬영 직전이었다”며 “엄마한테 계속 전화가 오길래 느낌이 이상해서 받았는데 빨리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박정민은 “아버지는 눈에 장애가 있으셨음에도 60년간 살아오셨다”며 “시력을 완전히 잃은 뒤 생각해 보니 우리 아버지가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을 두고 나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즉 ‘나는 장애인의 아들이야’ 같은 못된 동정도 있었다는 것. 그는 “그때 스스로를 동정했던 마음들이 너무 수치스럽고 꼴 보기 싫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평생 불편하게 살았던 우리 아버지를 위해 내가 뭔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유독 기억나는 순간은 아버지가 책을 안 버리셨다는 거다”라며 “눈도 안 좋으신데 집 책장에는 예전부터 읽어서 오래된 책들이 있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책은 버리는 거 아니다’라고 배워서 자신도 안 버리고 있기까지.
그는 “어떻게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로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디오북을 만들기로 생각했다”며 “독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각 장애인 독자들을 위해 종이책이 아닌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끝으로 이번 도서가 잘됐으면 하는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시각 장애인들이 가장 먼저 즐긴 책이 아무도 관심 없는 책이 아니길 바란다”며 “비장애인 독자들도 좋아하는 책을 먼저 ‘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야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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