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한이 컸습니다. 고향 아이들만큼은 마음껏 공부하길 바라요.”
폐지와 깡통 수집 등으로 평생 모은 돈을 고향의 아이들을 위해 내놓은 박순덕(89) 할머니. 그리고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후원으로 지역 사회를 지탱해 온 기업인 최호림 대표. 이들의 조용한 선행이 정읍을 ‘나눔의 도시’로 빛나게 했다.

11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에서 ‘희망2025캠페인 유공자 시상식’을 열고,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모금 활동에 이바지한 공로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읍 출신인 박순덕 할머니와 ㈜에이스안전유리 최호림 대표가 전북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박 할머니는 울산에 거주하면서도 고향 정읍시 칠보면을 위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억9600만원의 장학금을 맡겼다. 폐지와 고철을 주워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다.
19세 때 고향을 떠난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돈이 없어 배움의 뜻을 접는 고향 학생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싹트자, 장학금을 모으기 시작해 수십년이 지났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지금껏 일손을 놓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칠보면을 찾아 지역 학생 28명에게 총 1220만원의 장학금을 손수 전달했다. 그는 “타지에 살아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늘 가슴 속에 있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하는 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도지사 표창을 받은 최호림 대표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3억7200만원을 기부하며 ‘지속 가능한 나눔’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나눔을 멈추지 않은 기업인의 행보는 지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에이스안전유리는 산업·자동차용 안전유리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대 안전유리 가공 설비를 보유한 기업으로서 지난해는 남원 일반산업단지에도 추가로 공장을 건립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두 분의 숭고한 실천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 공동체에 희망과 울림을 전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전북 곳곳의 유공자들이 참석해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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