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모텔에 ‘셀프 감금’ 20대 여성 사연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협박에 속아 모텔에 스스로 감금해 원격 명령에 응하던 20대 여성이 구조됐다.  

11일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낮 12시42분쯤 ‘여자친구가 모텔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고자는 경찰에 “여자친구가 어제 아침부터 금융감독원,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통화하며 전날 오후 3시부터 모텔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전화 금융 사기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텔로 출동한 경찰은 20대 여성 A씨가 신고 전날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의 연락을 받고 겁에 질려 시키는대로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A씨에게 “검찰이 수사 중인 특수 사기 사건에서 A씨의 통장계좌가 발견됐다,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느냐”고 장시간 추궁한 후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대기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쯤 혼자서 모텔에 들어가 20여시간 머물면서 보이스피싱범들의 지령을 적어 이행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시를 메모한 A씨는 공기계 휴대전화를 구입해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실행했다. A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을 강하게 의심할 정도로 보이스피싱범들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를 당해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범들로부터 받은 수사서류가 가짜 서류라는 걸 확인시키고 1시간여에 걸친 끈질긴 설명과 설득 끝에 A씨를 모텔에서 데리고 나왔다. A씨는 금전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해서 겁박과 가스라이팅을 일삼으며 피해자를 고립시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 횡행한다”며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내용의 연락을 받을 경우 바로 112 신고나 가까운 경찰관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