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정부가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외교 차관 인사까지 단행하며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 관심은 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여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로 한·러 정상 간 소통이 재개될지 등에 쏠린다.
11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아직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에 포함된 한국은 통상 나토 회의에 초청받고 참석도 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해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최근 나토의 세력 확장 움직임 탓에 중국과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가 여기에 참석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다. 이번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 후 약 10일 만에 열려 준비가 빠듯하기도 하다. 중·러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는 이 정부로서는 부담되는 요소가 있다고 분석된다.
다만 국익에 초점을 맞춘 이 정부가 ‘유럽 재무장 계획’을 추진 중인 유럽에서 K-방산 확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점, 미·일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줄 시금석 같은 행사가 나토 정상회의라는 점 등에 의해 이 대통령이 참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미·일·중 주변 3국 정상과 상견례를 마친 이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마지막 퍼즐인 러시아 정상과도 통화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이재명표 한국 외교의 변화를 알릴 기점이 될 수 있어서다. 한·러 정상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아직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나, 주러시아 대사 출신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창구로 대러 외교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외교부 역시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대비해 실무 차원의 소통을 조금씩 복원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이 계속 난망하다면 푸틴 대통령과의 섣부른 소통이 서방 국가에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아직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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