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노인 진료비 부담에 대응해 정부가 ‘건강한 노화’를 위한 노쇠 예방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질병관리청은 11일 열린 제9차 건강한사회포럼에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돌봄 이전 단계에서 건강 기능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노쇠 예방을 중심으로 한 노인 건강정책 전환 방향을 밝혔다.
질병청이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3.5% 증가한 반면, 노인 진료비는 36.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노인 인구는 746만3000 명에서 921만6000 명으로 늘었고, 노인 진료비는 35조7925억 원에서 48조9011억 원으로 증가했다.
박광숙 질병청 노쇠기획팀장은 “지금까지의 노인 건강정책은 치매나 만성질환 등 질병 중심의 돌봄 위주였지만, 지자체 예산과 실행력의 한계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건강한 노화를 위한 포괄적 건강관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2026년부터 도시, 도농복합, 농어촌 등 다양한 유형의 지역을 대상으로 노쇠 예방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지역은 3개 지자체가 선정되며, 각 지자체 내 20개 지역 단위에서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시범사업은 2027년까지 진행되며, 이후인 2028년부터는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전환 지원에 나선다.
‘노쇠’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돌봄 직전 단계의 기능 저하 상태를 의미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인의 4.6%가 노쇠 상태, 32.2%는 그 이전 단계인 ‘전(前)노쇠’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이와 함께 지역별 노쇠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역사회건강조사’ 문항에 노쇠 관련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난 한 달간 피곤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도움 없이 혼자 계단 10개를 쉬지 않고 오를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노쇠 징후를 조기 포착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며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건강한 노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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