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보다 낫다?”…암 환자 사망률 37% 낮춘 ‘이것’의 정체

“운동이 약보다 낫다”…암 재발·사망률 낮추는 강력한 ‘치료 효과’

꾸준한 운동이 암 환자의 재발을 막고 사망률을 낮추는 데 있어 일부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킹스턴의 퀸스대학교 연구팀은 대장암 3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시한 운동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14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부스 종양학과 교수는 이 내용을 이달 1일(현지시각)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도 공개했다. 연구는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진행됐다. 총 889명의 3기 대장암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445명)은 3년간 매달 1~2회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당 3~4회, 회당 45~65분 동안 걷기 등 유산소 중심 운동을 수행했다. 반면 B그룹(444명)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안내하는 자료만 제공받았다.

연구팀은 이후 5년 동안 두 그룹의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A그룹은 대장암 재발 또는 새로운 암 발생 위험이 B그룹에 비해 28% 낮았다. 8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사망 위험이 무려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스 교수는 “2~3기 대장암 환자 10명 중 3명은 일반적으로 치료 후 재발을 경험한다”며 “운동이 환자의 예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임상적 근거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줄리 그랄로우 ASCO 최고의료책임자도 “운동이 약보다 낫다”며 “운동은 부작용이 없고 비용 부담도 적으며, 오히려 더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등 다른 암종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운동의 항암 효과는 이전 연구들에서도 여러 차례 주목받아 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꾸준히 운동하면 심장 질환 위험을 20%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암 환자는 심장 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이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운동을 암 치료의 보조 수단이 아닌 치료의 핵심 요소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의는 “이번 연구는 운동이 단순한 건강 유지 수단을 넘어 생존율 개선과 재발 방지라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의학적 효과를 입증한 것”이라며 “암 치료 마지막 단계인 ‘예후 관리’에서 운동이 약물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임상 현장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운동을 선택 사항이 아닌 ‘치료의 연장선’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맞춤형 운동 처방이 암 치료 과정에 본격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