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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낳으려 2000만원?”…‘여아 선택’ 부모 급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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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1 06:01:12 수정 : 2025-06-11 06: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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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여아 선호 현상 확산…남아 선호는 약화 추세

전문가들 “단순한 출산 통계 넘어 사회적 가치관 변화” 분석

전 세계적으로 ‘여아 선호’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남아 선호가 뚜렷하던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여아 선호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남아 선호가 완화되는 추세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지역에서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모들이 딸을 축복으로 여기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11일 전했다. 전통적으로 남아 출산 비중이 높았던 중국과 인도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아들에 대한 선호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태아 성별을 조기에 알 수 있는 초음파 기술이 보편화된 1980년대 이후, 여아 출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만 약 5000만명의 여아가 태어나지 못했다. 2000년에는 약 170만명, 2015년에도 남아 출생 초과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그 격차는 약 2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약 700만명의 여아가 구조된 셈이며, 전 세계적으로 성비가 점차 자연적 비율로 회귀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사례로는 한국이 꼽혔다.

 

1990년대 한국은 여아 100명당 남아 116명이라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보였다. 셋째 아이의 경우 남아 수가 여아 100명당 200명, 넷째는 250명에 이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태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1명으로, 자연 성비(남아 105~107명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과 인도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 여아 100명당 남아 117명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111명으로 감소했다. 인도 역시 2010년 109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낮아졌다.

 

개발도상국들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여성들이 아들과 딸을 거의 같은 비율로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다수 지역에서도 자녀 성별에 대한 균형 잡힌 선호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 선택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여아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입양 부모들이 딸을 원할 경우 최대 1만6000달러(약 2100만원)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뉴욕의 일부 체외수정(IVF) 클리닉에서는 딸을 선택하는 데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를 쓰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미혼 남성 비율 증가 △중국의 남성 주택 마련 부담 증가 △미국 남성의 낮은 학업 성취도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신부값’(bride price) 문화 등을 이코노미스트는 지목했다. 딸이 부모와 더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는 인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출산 통계를 넘어선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해석된다고 진단한다.

 

한 사회학 전문가는 “여아 선호 확산은 오랜 시간 고착됐던 남아 선호 문화가 약화되고, 자녀 성별보다는 양육과 가족 내 관계의 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과거 심각한 성비 불균형 국가였지만 현재는 자연 성비에 가까워지고 있어 제도적 노력, 여성의 사회 진출, 교육 수준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입양이나 IVF 같은 선택 가능한 상황에서 여아 선호가 높다는 점은 딸에 대한 긍정적 사회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는 성별에 기반한 문화적 기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성비 불균형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 결혼시장, 고령화 사회의 돌봄 체계 등 다양한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이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국가별로 성차별적 문화와 관행을 줄이고, 성별에 상관없는 평등한 가족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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