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발진 의심 사고가 매해 급증세를 보이며 최근 5년간 400건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0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급발진이 의심돼 국과수가 감정한 사례는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 △2024년 133건으로, 최근 5년간 총 401건에 달했다.
제조사별로 보면 전체 401건 중 282건(70.3%)이 현대·기아차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급발진 의심사례 133건 중 현대·기아차가 각각 71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GM이 9건, 르노 8건, 벤츠 7건, BMW·볼보가 각 4건씩, 포드 2건, 테슬라·아우디가 각 1건씩이었다.
운전자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60대 64명, 70대 31명, 80대 1명으로, 10명 중 7명이 이상이 고령층으로 확인됐다.
급발진 의심사례는 늘고 있지만,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경우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133건 중 사고 차량이 대파돼 감정이 불가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120건은 모두 ‘가속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내려졌다. 운전자가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사고를 냈다고 본 것이다.
앞서 제시한 강릉 급발진 사고의 경우에도 국내 처음으로 2년 6개월에 걸쳐 주행 재연시험, 블랙박스 음향분석 감정 등 진실 규명을 위한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국과수에 이어 재판부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았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전자제어장치(ECU)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로 신고된 급발진 사례 또한 최근 5년간 111건에 달했는데, 기술분석과 현장조사 등 여러 전수조사에도 현재까지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 고령층 등 운전자의 과실 가능성도 있지만, 입증책임을 운전자가 밝혀내야 하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이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급발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가 직접 입증을 해야 하는데, 핵심 기술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일반인이 차량 결함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종군 의원은 “국과수나 제조사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의원은 “제가 대표발의한 ‘페달블랙박스 설치 시 보험료 인하 권고 법안’이 이달 4일부터 시행됐다”며 “사고 당시 페달 조작 기록을 확보할 수 있어 급발진 여부 판단 등 사고 원인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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