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엄상백은 1군 복귀 후 부활
재정비 마친 두산 어빈, 반등 기대
프로야구에서 고액 연봉을 받거나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부진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1군 엔트리에서 이들을 제외하는 경우는 드물다. 몸값이 비싼 선수들은 아무래도 그 비용을 생각해 기회를 더 줄 수밖에 없고, 베테랑의 경우 예우 차원과 함께 풍부한 경험으로 스스로 슬럼프를 극복할 것이라는 신뢰가 크기 때문이다.
2025시즌은 조금은 다른 분위기다. 아무리 베테랑과 고액 연봉자들도 부진한 경우 과감하게 1군에서 제외하는 결단이 자주 내려지고 있다. 실전 부담에서 벗어나 훈련을 통해 무너진 경기 감각을 찾도록 하면서 그 빈자리에 유망주를 올려 기회를 주는 선택이 늘어났다.

최근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진 LG 오지환이 9일 전격적으로 1군에서 제외된 게 대표적이다. 오지환은 2023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주전 유격수였지만 올 시즌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8에 그쳤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은 0.138로 초라하다. 결국 염경엽 LG 감독은 오지환이 2군에서 재정비하도록 했다. 염 감독은 지난달에도 오지환과 비슷한 고충을 겪었던 신민재를 2군에 내려보내 담금질하도록 했다. 이후 1군에 돌아온 신민재는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한화도 투수 엄상백이 2군행을 겪었다. 엄상백은 4년 최대 78억원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한화로 이적해 올 시즌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적 후 첫 8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6.68로 성적이 처참하자 지난달 15일 2군으로 내려가 투구 밸런스 잡기에 나섰다. 보름 만에 돌아온 엄상백은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서 비록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의 안정된 내용을 선보여 앞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8승을 거둔 두산의 외국인 투수 콜 어빈 역시 지난달 30일 1군에서 제외된 후 열흘간 투구 밸런스를 찾은 다음 1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콜빈은 에이스 역할을 바랐던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듯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좋은 투구로 화답했지만 5월 들어 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6.57로 눈에 띄게 나빠졌다. 1군에서 제외된 경험이 보약이 돼야만 퇴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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