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및 마약성 진통제 사용 감소·입원 기간 단축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흔한 암인 위암은 복부에 통증이 있고 체중이 줄며 혈변이나 흑변이 보이는 경우, 또 구토나 소화불량, 빈혈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대개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 수술이 일반화되며 합병증 위험도 낮췄다. 다만 수술 후 통증, 위장관 기능 저하 등 회복 과정에서 환자의 부담은 큰 만큼, 이 기간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이호진 교수 연구팀은 ‘위암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인 ERA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2023년 2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복강경 또는 로봇 원위부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총 92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ERAS군(45명)과 기존 치료군(47명)으로 나뉘어 치료받았다.
이번에 적용된 ERAS 프로그램은 △수술 전후 금식 최소화(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 섭취 포함) △초음파 유도 복부 신경차단술 △비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다중 진통 전략 △구역·구토 예방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마약성 진통제 중심 통증 관리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하고 근거 기반의 통합 회복 전략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평가 지표는 수술 후 24시간, 48시간, 72시간 동안 측정한 QoR-15K 점수(한국어판 회복의 질 평가 설문지, 총점 0~150점)였다. QoR-15K는 신체적 안위, 감정 상태, 신체 독립성, 심리적 지지, 통증 관리 등 5개 영역에 걸쳐 수술 후 회복 상태를 평가하는 15문항으로 구성돼있다.
연구진은 기존 문헌에 따라 점수 차이가 8점 이상일 경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ERAS군은 기존 치료군보다 평균 16점 더 높은 QoR-15K 점수를 기록했고(95% 신뢰구간: 8.9–23.0, P<0.001), 수술 후 회복의 질이 통계적·임상적으로 모두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 평가 지표에서도 ERAS군은 전반적으로 더 나은 회복 양상을 보였다. 수술 후 48시간 기준 기침 시 통증 점수는 기존 치료군이 평균 5점이었던 반면, ERAS군은 3점으로 낮았고, 수술 후 72시간 동안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기존 평균 1260μg에서 ERAS군 780μg으로 약 40%가 줄었다.
장기능 회복을 반영하는 I-FEED 점수는 수술 후 24시간 기준으로 기존 치료군은 평균 3점, ERAS군은 1점으로 개선됐으며, 첫 가스 배출까지 걸린 시간도 ERAS군에서 평균 21시간 더 빨랐다. 전체 입원 기간 또한 ERAS군이 평균적으로 1일 짧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회복의 질은 개선되고 통증과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줄었으며, 입원 기간도 단축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이호진 교수(마취통증의학과, 제1저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수술 전후 과도한 금식과 마약성 진통제 중심의 통증 관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보다 근거 기반의 주술기 관리 전략이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회복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수술 관리 기준을 정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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