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지난 3월 31일 오전 10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편도 6차선 도로 5차로에는 앞 범퍼가 파손된 재규어 승용차가 도로 위에 멈춰 서 있었다.
경적을 울려도 움직이지 않는 승용차를 피해 가기 위해 뒤따르던 운전자들은 황급히 다른 차선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고, 차들이 뒤섞이며 도로에는 한동안 정체가 빚어졌다.

정차 중인 차 안에서는 60대 남성 A씨가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를 본 한 운전자는 "사고 차량에 운전자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어 위험해 보인다"며 112 신고를 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차를 세운 뒤 A씨 차량으로 다가가서 운전석 문을 열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A씨는 졸음에서 깬 듯 황급히 정신을 차리더니 갑자기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주행 중인 A씨 차량을 발견해 정차 명령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1㎞가량을 더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인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서야 멈춰 섰다.
경찰은 곧바로 음주 측정을 했으나 감지기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뒤이어 실시한 마약 정밀검사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하는 미다졸람(최면진정제)이 검출됐다.
조사 결과 A씨는 같은 날 오전 9시께 인근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약 기운이 남은 상태에서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출차하다가 연석을 들이받는 1차 사고를 냈음에도 3㎞가량 떨어진 사고 지점까지 계속해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약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2의 제4항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면 내시경 등을 위해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할 경우 보통 30분 뒤면 의식이 들지만, 운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며 "수면마취 이후엔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찰 활동을 알리는 '나는 경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씨 사례를 10일 소개했다.
약물 운전이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타인 생명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관련 영상은 경기남부청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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