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의 날’ 쓴 영국 소설가 포사이스, 86세 일기로 별세

프랑스 극우파의 드골 암살 시도 다뤄
세계적 베스트셀러… 영화로 만들어져

소설 ‘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kal)로 유명한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스릴러 소설 ‘자칼의 날’(1971)로 유명한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1938∼2025).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포사이스는 이날 런던 북서부 버킹엄셔주(州) 자택에서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인은 사망 직전 짧은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사이스는 1938년 8월 잉글랜드 켄트주에서 태어났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로 복무하고 1958년 전역했다. 그는 1961년 로이터 통신에 입사하며 기자가 되었고 이후 BBC로 옮겨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에서 벌어진 내전 등을 주로 취재했다. 영어 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언어 능력이 저널리스트로서 포사이스의 활동에 큰 자산이 되었다.

1960년대 말 소속 언론사와의 갈등 끝에 기자를 그만둔 포사이스는 아프리카에서의 취재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자칼의 날’(1971)은 그가 작가로 전업하고 처음 발표한 장편이다. 1963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극우파 테러 단체의 의뢰를 받아 샤를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살인 청부업자 자칼과 프랑스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첩보전을 그렸다. 드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하자 프랑스 극우파가 거세게 반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구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탄탄한 전개와 세밀한 묘사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2년 뒤인 1973년에는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오늘날 테리리즘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할리우드 영화 ‘자칼의 날’(1973)의 한 장면. 영국 출신 배우 에드워드 폭스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살인 청부업자 자칼을 연기했다. SNS 캡처

‘자칼의 날’ 이후로도 포사이스는 스릴 넘치는 범죄 소설을 계속 내놓으며 “세계 최고의 스릴러 작가들 중 한 명”이란 찬사를 들었다.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노년까지도 이어져 ‘아프간’(The Afghan·2006), ‘살해 명단’(The Kill List·2013), ‘여우’(The Fox·2018) 같은 역작들을 계속 쏟아냈다. 그가 펴낸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은 총 25권에 이르며, 전 세계에서 7500만부 넘게 팔려나갔다. 다수의 소설은 영화로 제작됐다.

포사이스는 2015년 발표한 ‘아웃사이더’란 제목의 자서전에서 그가 영국 비밀정보부(MI6)를 위해 20년간 일한 사실을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BBC 특파원으로 나이지리아 내전을 취재하던 1960년대 말 MI6 요원의 부탁을 받고 정보를 넘긴 것을 시작으로 1990년 무렵까지 MI6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협조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mail]